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내치뿐 아니라 외치 곳곳에 도사린 뇌관이 8월 정국을 강타할 전망입니다.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맞서 북중러가 밀착을 강화하면서 군사적 긴장관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한일 간 갈등이 3국 공조의 균열을 만들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한미일 공조 맞선 북중러 '군사 협력 밀착'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미일 3국은 8월 중 미국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도 3국이 다음 달 18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다자 회의를 계기로 하지 않고 3국의 회담만을 위해 별도로 모이는 첫 정상회의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한미일 3국은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논의합니다. 이에 맞선 북한과 중국·러시아 3국은 보란 듯이 군사적 밀착을 견고히 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는 지난 27일 북한에서 열린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제70주년 행사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로 봉쇄했던 국경을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에 열고 나란히 주석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 2023' 전시회장을 찾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무인기 등을 함께 둘러봤으며, 양국 간 국방장관회담도 진행했습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 연설에서 한미를 겨냥해 "자멸적 최후의 선택을 했다"·"적수들에게 경고한다" 등의 위협적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북한은 '핵전쟁'까지 거론하며 한미일 대 북중러 간 군사적 긴장 관계를 한층 높였습니다. 강 국방상은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과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 전개에 대해 "공화국(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으로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 사상 초유의 핵전쟁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을 그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리 혁명 무력은 국가의 자주권과 안전을 군사적으로 침해하려 드는 행위들을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저지시키기 위한 무력 대응을 더욱 공세적으로 행사해 갈 것"이라며 "만일 미합중국이 공화국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여직(여태) 상상해 보지 못한 직면해 보지 못한 위기를 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군사적 긴장관계의 탓을 한미로 돌리면서도 무력 대응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붕장어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 오염수 방류·독도 영유권 주장…한일 균열 요소
일본이 또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한미일 공조의 균열을 야기할 변수로 꼽힙니다.
일본은 올해 방위백서에서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즉각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외교부 청사로 야마모토 몬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정무공사)를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우리 국민 60% 이상이 반대하고 있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걸림돌입니다. 지난 14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6%는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용인해선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오염수 방류를 용인해도 된다는 답은 24.6%에 불과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자국 내 상황을 고려해 오는 8월 말 오염수 방류를 계획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올여름에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해서 밝혀왔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현명한 우리 국민은 괴담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오히려 일본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한미일 3국이 공조를 강화하더라도 국민 반대에 부딪혀 그 효과가 감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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