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실채권(NPL) 매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매각 창구를 민간으로 확대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축은행들은 제값에 팔고 싶어하는 반면 민간 NPL 투자회사들은 개인 연체 채권(신용채권)을 다뤄본 적이 없는 만큼 신중한 입장입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NPL 관리를 위해 지난 5월 매각 통로를 민간 투자회사까지 확대됐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매각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뜻하는데요.
앞서 지난 5월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NPL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개인 부실채권 매입 주체를 기존 캠코 1곳에서 NPL 전문 투자회사 4곳(우리금융F&I·하나F&I·대신F&I·키움F&I)로 확대한 바 있습니다.
그전까지 저축은행 NPL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서만 매각이 가능했습니다. 지난 2020년 6월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득원을 상실해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된 개인 채무자가 과잉 추심에 시달리지 않도록 캠코를 운영 주체로 하는 개인 연체채권 매입펀드를 조성한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매입처가 캠코 한 곳으로 제한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개인 연체채권 할인률이 높아졌는데요.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채권 질에 따라 다르지만 캠코에서 채권값의 15% 정도만 쳐주다보니 업계에서 매각이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며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이유"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민간 NPL 투자사들이 개인 신용채권을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 NPL 투자사 관계자는 "담보가 있는 은행 채권의 경우 담보가 있어 담보물 가치나 업황을 보며 평가가 가능한데 저축은행 개인 신용채권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며 "타 업체가 진행하는 상황을 먼저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축은행들도 급등하는 연체율을 누르기 위해서는 NPL을 정리해야하지만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들도 채권을 매각할 때 대부업체 평가를 하고 있어 아무곳에나 매각하지 않는다"며 "새롭게 지정된 민간업체들이 캠코보다 값을 더 쳐주긴 하겠지만 그래도 30% 수준에 불과해 협약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버티는 업체들이 꽤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NPL 총액은 5조790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3.4% 증가했습니다. NPL 비율은 5.1%로, 지난 2018년 말 5.05% 이후 5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NPL 비율은 2019년 4.7%, 2020년 4.24%, 2021년 3.35%로 떨어지다가 지난해부터 뛰어올랐습니다.
저축은행 업계와 민간 NPL 투자회사들은 부실채권 매각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업체 측에서 1000억원 단위는 모여야 인건비 등 수지타산 맞다 해 방식을 논의 중"이라며 "처음 하다보니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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