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가운데 시민단체들의 규탄이 나날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 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5일 환경·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중단하기 위한 정부 규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단체들은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를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는 정부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1996년 국가 간 해양분쟁 해결을 위해 설립된 국제재판소입니다. 항소가 없는 단심 재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분쟁 국가 간 재판을 따르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진행됩니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제소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과학적 기준에 맞게 방류가 이뤄진다면 정부는 거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우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태도는 과거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이끌어냈던 문재인정부 시절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2011년 일본에서 원전사고 오염수 유출이 일어났을 때 세계무역기구(WTO)는 1심에서 한국산 수산물과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방사능 측정 수치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한국에 패소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2019년 항소심에서는 결국 우리 정부가 승소했습니다. 정부가 안전성 우려에 대한 근거를 끊임없이 제시한 결과입니다.
국제법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정부가 제소를 제기해도 일본이 재판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경우 재판은 어려울 수 있고, 재판이 열리더라도 방류를 중단에 대한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며 그러나 "국민 불안감이 극심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소 의지를 보이며 양국 간 협의 창구라도 마련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일본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은 별개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은 오염수 방류에 따른 방사능 감시 데이터를 근거로 수입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는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로,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다"며 "일본 정부가 수산물 수입과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한 우리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 지 모르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후쿠시마오염수 투기반대 대학생원정단과 진보대학생넷 소속 대학생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빌딩에 진입해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다 연행되고 있다. (사진=진보대학생넷)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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