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인력파견업체의 소위 ‘엎드려 뻗쳐’가 난리입니다. 직원들이 자격증 취득을 못했다고 창업주가 엎드려 뻗쳐를 시킨 뒤 폭행한 사건입니다. 누리꾼은 요즘에도 이런 일이 있나 싶은 반응이지만 필자가 접한 얘기들론 적지 않습니다. 고용주의 사고가 과거에 비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단지 여론화되고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 조심할 뿐 근본적 사고 변화는 작아 보입니다. 근로자를 필요하면 쓰고 쓰임이 다하면 갈아치우는 부품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니 엎드려 뻗쳐 같은 전근대적 발상이 폭력으로까지 드러나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쓰임이 과하면 노동착취로도 이어집니다. 노조가 없는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노조가 있어도 사내노조나 어용조합이 나서서 고용주의 논리를 비호합니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홍보임원들은 개중에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업무상으로 밤늦게까지 혹은 새벽까지 주중 며칠씩 술을 마시며 스스로 건강을 해칩니다. 임원 승진이 어렵고 자리싸움이 치열할수록 그정도 혹사는 당연시 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그만큼 고액보수를 챙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몸을 망치고 퇴직하는 임원도 여럿 봤습니다. 만성질환은 기본이고 사망한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성공을 위한 열정이라 여길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회사 꼭대기층과 비교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기업 총수일가는 미등기임원이면서 대표이사보다 보수를 많이 받고 계열사 여러 곳에 이름을 올려두고 임금을 징수합니다. 그런 대기업 임원이 대학교에 가서 회사 기술력과 국제 경쟁력을 홍보하며 취업하라고 권하는 걸 보면 사회 전체가 기득권을 위한 세습사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혹자는 성공이 막대한 부라고 했습니다. 부를 모으면 남을 도울 수도 있다는 논리입니다. 일부는 동의하지만 실상은 그런 선량한 논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엎드려 뻗쳐처럼 막대한 부를 얻은 성공이 변질된 사례도 눈에 띕니다. 성공은 귀감이지만 막대한 부는 권력에 빠집니다. 국가적으로 경제력 집중 문제가 오랜 역사적 과제입니다. 사회적으로 부정적 파급력은 경제력집중이 크지만 국민 개개인에게 있어 더 질 나쁜 형태는 고용주의 갑질입니다.
앞서 총수일가의 고액보수도 문제지만 물밑으로 회삿돈을 빼먹는 일감몰아주기도 여전히 횡행합니다. 현 정부는 일감몰아주기 감시대상인 동일인의 친인척 촌수를 줄였지만 규제완화 중 해선 안될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A기업 홍보는 대주주 지시 아래 이름모를 단체에 별의별 후원을 다 해봤다고 합니다. 심지어 교회에도 후원했다고 합니다. 어디로 돈이 흘러갔을지 알 수 없다는 얘깁니다. 또다른 B기업 홍보는 모 광고회사와 줄곧 계약하는데 총수일가의 지인이 대표였다고 합니다. 광고비는 동종업계와 비교해 턱없이 높았다고 했습니다. 지인이나 촌수가 먼 친인척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는 법 감시망을 벗어납니다. 그렇게 빼먹은 돈이 상속세를 낼 자금이 되거나 기업집단의 승계를 위해 꼭대기회사에 지분투자할 실탄이 됩니다. 그렇게 세습이 되고 인사권을 방어하고 직원을 하대하며 착취할 권리까지 악순환이 연결됩니다.
전기차도 배터리도 심지어 반도체까지 중국이 장악했거나 우리를 바짝 추격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중국 정부가 나서 전폭적 지원을 했으니 공평한 게임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도 박정희정부 때부터 그렇게 대기업들이 성장해왔고 고속성장했지만 직원을 하대하는 비뚤어진 성공 논리를 미화시켜 세습을 보호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이재영 산업1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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