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정부부처 주요 공공기관 중 20곳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법정비율'을 여전히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공기관의 책무 중 하나인 사회적 약자의 장애인 자활과 고용 촉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01개 주요 공공기관 중 20곳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01개 공공기관이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에 사용한 총액은 2480억3300만원입니다. 사무용품 구매 등에 사용한 총구매액이 17조6139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의무 구매 비율을 웃도는 1.4% 수준입니다. 그러나 의무구매 비율을 지키지 않은 공공기관도 20곳에 달했습니다.
공공기관별로 보면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구매비율이 0.04%로 가장 낮았습니다. 재단은 전체 구매액 155억5900만원 중 600만원만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에 사용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0.07%, 한국석유공사 0.12%, 대한석탄공사 0.16%, 한국산업은행 0.17% 순이었습니다.
예금보험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전력기술, 한국자산관리공사, 영화진흐우이원회,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해양환경공단,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수출입은행, 한국가스공사, 국립공원공단,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전력공사 등도 중증장애인생산품 의무 구매 비율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반면 축산물품질평가원 6.27%, 우체국물류지원단 6.10%, 한국무역보험공사 5.84%, 그랜드코리아레저 4.66%, 한국국제협력단은 4.38% 등으로 의무 구매 비율 1%를 4~6배 이상 초과 달성했습니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01개 주요 공공기관 중 20곳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는 중증장애인생산품구매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모든 공공기관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라 중증장애인의 고용 촉진을 위해 매년 전체 구매액의 1% 이상을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물품으로 우선 구매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처벌·불이익 등의 규정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혜경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장은 '중증장애인생산품생산시설 생산능력 분석 연구' 보고서를 통해 "매년 공공기관 등에서는 전년도 우선구매실적과 차년도 우선구매계획을 작성·제출하고 있지만, 계획에 따른 실제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되고 있지 않다"며 "계획 자체가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국회에서는 의무구매비율을 미달성하는 공공기관 구매담당자 등에게 교육의무를 부과하거나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율이 저조한 데는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 및 기관장의 인식 부족도 있지만, 생산 주체별 우선구매 제도가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한영규 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장은 "공공기관들이 1% 충족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지역생산품', '여성기업생산품', '장애인표준사업장' 우선구매 등 제도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을 것"며 "지자체의 경우 지역생산품을 우선해 사는 등 채워야 할 구매 실적들을 채우다 보면 일부 우선구매 실적을 채우지 못하기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01개 주요 공공기관 중 20곳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중증장애인생산품 국회박람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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