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을 대학에 이어 어린이집 재원으로도 활용하려고 하자 교육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당장 올해부터 세수 감소로 교부금이 대폭 줄어들어 각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자 준비했던 여러 교육 사업마저 차질을 빚을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교육계는 어린이집의 경우 기존 보건복지부 보육 예산을 하루빨리 교육부로 이관해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교부금 감소로 교육청 사업 추진 비상…서울시교육청, 내년 교육사업비 30% 감축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 국세 수입이 59조1000억원 감소하면서 교부금도 본예산보다 11조원가량 깎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본예산 기준 75조7000억원이었던 교부금이 65조원 안팎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뜻입니다. 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돼 있어 내국세가 감소하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각 시·도교육청은 하반기 사업 추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교육청 재정의 약 70%를 차지하는 교부금이 대폭 감소하면서 하반기에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의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야 합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적립한 안정화 기금 11조6000억원의 활용과 함께 각 교육청별 불요불급한 사업을 조정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각 시·도교육청은 갑작스러운 교부금 감소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정화 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육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도 교부금이 68조8859억원으로 올해 75조7607억원보다 6조8748억원 줄어들어 교육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게 각 시·도교육청의 설명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보통교부금을 5조3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올해 6조4000억원과 비교해 1조1000억원 감소한 금액"이라며 "현재 내년도 교육사업비를 올해 본예산 대비 30% 감축해 편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학생 기초학력 보장, 교권 보호,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 등을 위해 지원이 충분히 이뤄져야 할 시기이지만 예산을 확보하기 힘든 지경"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을 대학에 이어 어린이집 재원으로도 활용하려고 하자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 성동구 한양여대 부속유치원을 찾아 수업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교부금에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추진에…교육계 "보육 예산 가져와 사용해야"
이렇게 교부금 감소로 교육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지만 교육부는 현재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 예산도 교부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된 제3차 유보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어린이집 보육료를 교부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심의·통과시킨 것입니다. 회의에 참석한 유아 교육 관계자들이 교육 예산만으로 유보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양상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교육계는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교부금에 편성돼야 할 교육세 일부가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예산으로 이관된 데 이어 어린이집에도 교부금을 사용하면 유·초·중등교육 예산이 부족해 교육의 질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합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유보 통합과 같은 국책 사업을 추진하려면 그에 맞는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지 기존 유·초·중등교육에 활용되는 교부금으로 하는 건 학생 교육의 질만 저하될 수 있다"며 "관련 예산이 부족하면 교부율을 높이거나 보건복지부 보육 예산을 하루빨리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는 우선 교부금으로 어린이집을 지원한 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집행하던 보육 관련 예산 10조원이 이관되면 보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제 막 법안이 발의된 상황입니다.
박다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위원장은 "어린이집의 수가 유치원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교사 수도 유·초·중등 전체 교사 수의 3분의 2를 넘는데 그 막대한 예산을 교부금에서 지원하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면서 "어린이집 지원은 보건복지부 예산을 서둘러 가져와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을 대학에 이어 어린이집 재원으로도 활용하려고 하자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사진은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유보통합추진위원회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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