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저출산과 어른 과자의 공습
입력 : 2023-10-20 06:00:00 수정 : 2023-10-20 06:00:00
"우리 사회의 중장년층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보니 업계로서는 이를 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른 과자의 히트는 단순한 이슈가 아닙니다. 사회적 현상이 투영됐다고 봐야 해요."
 
올 한 해 제과 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안주 과자의 열풍이었습니다. 이 중심에는 농심이 출시한 신제품 '먹태깡'이 있었는데요.
 
사실 제과 업계에서 신제품의 빅 히트는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이들 제품은 대체로 아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맛'에 주력하는 경향이 강했는데요.
 
먹태 특유의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을 구현한 먹태깡은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일반적인 맛'이라는 점에서, 그간 히트 상품들과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먹태깡의 인기는 통계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지난 6월 26일 출시된 먹태깡은 1주일 만에 100만봉 판매를 돌파했고, 지난 9월 중순에는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600만봉을 넘었습니다.
 
먹태깡의 인기에는 출시 초기 물량 부족, 즉 생산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한 점도 한몫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업체가 고의적으로 제품 희소성을 높이기 위한 '헝거 마케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이것만으로 특정 제품이 인기를 얻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제과 업계가 신제품 출시에 나설 때 소비자들의 호응에 대한 완벽한 확신이 없지 않는 이상, 섣불리 생산량을 늘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농심도 수요가 늘자 초기 주당 30만봉 수준이던 먹태깡의 생산량을 현재 60만봉으로 2배 정도 늘린 상황입니다.
 
먹태깡의 인기에 힘입어 이후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가 내놓은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노가리칩)'도 오픈런 현상을 보이며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이제는 술안주에 익숙한 어른들에게 호응을 얻는 과자들이 전성시대를 맞이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어른 과자의 인기 이슈가 제과 업계에 국한되지 않고 저출산·고령화 세태와도 밀접히 맞닿아 있다는 것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만1500만명 감소한 24만9000명으로 집계됐는데요. 특히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전년보다 0.03명 감소한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미 2020년부터 사망자 수보다 출생아 수가 적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점차 심화하고 있습니다. 영유아를 비롯한 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데, 이들 계층을 주력 대상으로 삼아 왔던 제과 업계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가 중장년층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죠.
 
일견 단순해 보이는 과자 신제품 히트에 이 같은 사회적 문제가 고스란히 녹아있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특별한 요인이 있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의 인구는 추세적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인데요.
 
그간 과자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만. 앞으로 달거나 새콤한 맛 위주의 과자들보다 어른들 입맛에 익숙한 과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한편에 무겁게 다가옵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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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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