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HMM 인수협상 와중에 현금이 급감하는 등 재무사정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오는 23일 본입찰에서 인수가를 제시할 후보들이 전보다 가격을 더 낮춰 부를 공산이 큽니다. 국책은행 측이 기대하는 적정인수가와 차이 나 유찰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13일 HMM 등 업계에 따르면 하림, 동원, LX 등 인수후보군들이 인수투자금을 유치할 메리트는 HMM 내 보유현금이었습니다. 하지만 3분기 말을 기점으로 현금이 줄어드는 꺾임선이 두드러졌습니다. 해상운임이 급락한 여파가 3분기 실적부터 짙어진 국면입니다.
매각을 서둘렀던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측 입장은 더 불리해졌습니다. 이미 HMM보다 자본력이 부족한 인수후보들이 참여해 졸속매각 논란이 번졌습니다. 국책은행으로선 논란을 벗기 위해서라도 적정인수가를 방어해야 합니다.
반면 인수후보들은 내리막인 업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림, 동원, LX 등 모두 자체 현금만으론 부족해 금융권에서 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금리에다 사실상 담보물건인 HMM의 기우는 현금창출력은 조달금리를 끌어올릴 전망입니다. 따라서 인수가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벌써부터 LX가 본입찰에 빠질 것이란 소문 등 유찰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HMM의 3분기 말 유동자산은 13조2845억원입니다. 연초 14조2801억원보다 1조원 정도 줄었고 전년동기 19조138억원에선 6조원 가까이 증발했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9334억원으로 연초 4조9801억원, 전년동기 10조3123억원에서 급감했습니다. 현금이 줄어든 데는 무엇보다 3분기말 당기순이익이 7057억원으로 전년동기 8조6918억원에서 급감한 충격이 큽니다.
여기에 HMM이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계획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HMM은 3분기 1조7482억원을 설비투자 등에 썼는데 전년동기엔 2770억원에 그쳤던 수치입니다. 회사는 또 장기리스부채 1조2929억원을 상환해 채무부담을 줄이고 15조1671억원 들여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등 달라진 재무전략도 현금이 작아 보이게 만듭니다. HMM은 고금리에 이자비용이 오르자 부채를 갚고 1년단위 예·적금을 늘린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에 맡긴 현금 역시 인수 메리트로 작용하지만 초호황기에 축적했던 현금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 부담입니다. HMM이 신조선 발주 등으로 15조원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는 데다 2조7000억원의 영구채 조기상환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HMM은 컨테이너 매출 비중이 90% 이상으로 컸는데 해상운임지수가 떨어지자 80%까지 급락했다”며 “경기 변동에 민감한 컨테이너 중심 사업구조가 인수후보들 사이에선 더 도드라져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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