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전세사기로 인한 빌라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전국의 아파트 전세 값까지 꿈틀거리고 있어 '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축 아파트 공급 축소와 시장에 풀린 기존 전세매물까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만큼, 주택 임차 시장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평균 0.11%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기간 수도권 전세가격은 0.16%, 지방은 0.03% 상승했습니다.
앞서 지난 7월 넷째주(24일 기준) 상승세로 돌아선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1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은 이보다 빠른 지난 6월 넷째주(26일 기준)부터 22주째 오름세입니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사진=뉴시스)
아파트 전셋값이 고개를 든 이유는 고금리로 인해 매매 수요가 위축된 상황 속에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나 오피스텔 등 상당수의 비아파트 임차수요가 아파트 시장으로 넘어왔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때문에 최근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기준선(100)에 근접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범위에서 0에 가까우면 전세공급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200에 가까우면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걸 의미입니다.
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이번주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3.2로 1년 전(75·11월 넷째주)보다 18.2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서울은 66.8에서 95.5로 28.7포인트 올랐습니다.
특히 기존 임차시장의 아파트 전세매물까지 빠르게 줄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대전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5465건으로 1년 전(2,434건)에 비해 55.5% 급감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은 5만2594건에서 3만5697건으로 32.2% 줄었습니다. 인천(1만5416건→9013건)과 경기(6만8372건→4만627건)는 각각 41.6%, 40.6% 감소했습니다.
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도 서울의 입주 물량은 약 1만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사진=뉴시스)
전세 수요가 큰 수도권의 경우 향후 신축 아파트 감소가 예상돼 아파트 전세매물은 더욱 줄어들 전망입니다.
부동산R114 집계를 보면 내년도 서울의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집계됐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최저 수준입니다. 올해(3만2795가구)와 비교해서는 66.7% 감소한 규모입니다. 내년도 수도권 전체 입주물량도 14만7280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등 2016년 이후 처음 15만가구 이하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전세 수요는 많아지는데 그 수요를 충족할 만한 물량이 없다는 것"이라며 "더욱이 신규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줄면 자연스레 신규 전세매물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아파트 매매시장이 침체되면서 관망세로 돌아선 실수요자들이 당분간 전세 시장에 머무르려고 할 것"이라며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앞으로 전세수요가 더 늘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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