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2018년 발생한 하청업체 직원 고 김용균씨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원청업체 대표가 지난 7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법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관들의 노동법 및 노동현장에 대한 몰이해가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노동 관련 재판의 전문성 및 신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동사건 전문법원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법관, 순환보직으로 전문성 부족…노동전문가 참여하는 ‘참심형’ 대안
노동법원의 필요성은 법조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 제기돼 왔습니다. 노동법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바로 ‘전문성’이라는 내용적 측면, ‘신속 재판’이라는 시간적 측면입니다.
김씨가 사망한 후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그리고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원청업체의 산재 예방책임 범위가 ‘도급인(원청) 사업장 전체’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김씨의 경우 중처법이 소급적용되지 않고 개정 이전의 구 산안법이 적용됐습니다.
중처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솜방망이 처벌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중처법 위반 사건 11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모두 유죄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집행유예였고, 단 1건만 실형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노동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과 법관 전문성 결여가 꼽힙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프리랜서, 하청에 재하청 등 고용 형태가 다양해졌고, 노동 사건도 다변화됐습니다. 그럼에도 법관들이 순환 보직으로 노동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전문성도 부족해 결과적으로 부당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참심형 노동법원’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참심형은 판사뿐 아니라 노사가 추천한 노동전문가 등 ‘참심관’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비직업 법관이 평결에 참여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 전문가는 의견만 제시하는 준참심형도 함께 거론됩니다.
노동사건 재판 5심제…최소 3년 이상 소요
‘지연된 재판’ 역시 노동법원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납니다. 노동 사건 재판은 소위 5심제라고 불립니다. 지방노동위원회부터 시작해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쳐야 최종 판결이 나옵니다. 만약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면 다시 고등법원과 대법원으로 가 7심제가 됩니다.
노동 사건 하나를 해결하는 과정이 지난하고 아무리 짧아도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질의할 때 언급한 ‘KTX 여승무원 해고 사건’의 경우 10년간 법적 싸움을 벌였습니다. 20대에 시작한 싸움이 30대가 돼서야 마무리됐는데, 이마저도 패소했습니다.
승무원들이 2심에서 승소하고도 대법원에서 뒤집어져 의아함을 낳았는데 후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박근혜정부와 ‘재판 거래’의 희생양이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피해자들의 삶은 처참히 망가졌습니다.
노동법원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판사들도 동의하는 분위깁니다. 2019년 사법정책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판사 응답자 318명 중 73.6%가 노동법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노동 사건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별도 전문법원에서 특수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조희대 후보자 역시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노동 사건이 법리가 어려워 지체되는 사건이 많다”며 “(전문법원 도입이)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재판부는 원청인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사망 사고의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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