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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0일 17:3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올해 공모 회사채 시장은 금리 변동성 완화와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 회복, 발행 공급량 증가 등으로 활기 도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월 누적 기준 공모사채 발행 실적은 196조534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일반회사채와 금융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모두 발행 규모가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다만 고금리 여건이 지속되고 미국과 국내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 수요에서 ‘옥석 가리기’ 경향이 짙어졌다. 신용등급이 우수한 기업들 중에서도 성장성 높은 배터리 업체들이 활약한 반면 화학 분야는 부진했다. 수요예측에서 최대 규모 주문이 몰리는가 하면 발행을 번복해 취소되는 사례도 있었다.
(사진=효성화학)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 발생한 효성화학
효성화학(298000)은 올해 초 1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인수 주문을 단 한 건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미매각 물량은 KDB산업은행이 700억원 인수하고 주관사인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300억원, 200억원 떠맡으면서 마무리됐다.
당시 효성화학은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었는데, 주력 제품인 PP(폴리프로필렌) 업황 둔화와 베트남 법인 실적 부진으로 재무안정성 부담이 확대되고 있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효성화학의 주요 재무지표를 살펴보면 매출액이 2조87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36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특히 총차입금 규모가 2조313억원에서 2조5612억원으로 불어나면서 부채비율이 522.1%에서 2631.8%로 대폭 뛰었다.
(사진=SK하이닉스)
국내 최대 규모로 공모채 발행한 SK하이닉스
SK(034730) 그룹은 다수 계열사 조달로 공모채 시장에서도 최대 발행사로 꼽히는데 특히
SK하이닉스(000660)는 올해 최대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월 공모사채로 조달한 자금은 1조3900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수요예측에서 2조585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리면서 애초 발행금액이었던 7000억원에서 약 두 배로 증액했다. 메모리반도체 부진에 따른 대규모 적자와 만기 7년·10년 등 장기물임에도 민평금리보다 낮은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조달 자금은 채무상환으로 활용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4조7200억원’ 역대 최대 주문 몰린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 6월 5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대 수준인 4조7200억원 규모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수요예측 대흥행에 따라 회사채 발행금액은 1조원으로 증액됐다.
회사의 개별적 시장 지위와 배터리 업계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가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내 선도업체로서 AA급의 안정적인 신용등급과 탄탄한 실적, 대규모 설비 투자에 대한 기대감 등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요건들을 두루 갖췄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히 해당 회차 모두 ESG 녹색채권으로 발행했다. 이는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관련 사업에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일종의 사회적 책임 투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생산으로 수송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환경 개선 효과가 인정돼 녹색채권 발행이 가능했다.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합작법인 투자 자금으로 쓰였다.
(사진=KT&G)
창사 이래 첫 발행 나선 ‘AAA급’ 초우량 KT&G
오랫동안 무차입 기조를 유지해 왔던
KT&G(033780)는 올해 주주환원과 국내외 생산능력 강화를 이유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9월 3000억원 규모로 채권을 발행했으며 수요예측에서는 1조8100억원 상당의 매수 주문이 몰려 크게 흥행했다.
KT&G의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급으로 초우량 등급에 속한다. 우량채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커지면서 KT&G 역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 담배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재무구조 또한 매우 우수한 수준을 보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KT&G는 오는 2027년 매출 10조 달성을 목표로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등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투자 자금으로 사용한다.
(사진=다우기술)
자회사 미수금 탓에…발행 취소한 다우기술
다우기술(023590)은 지난 10월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취소했다.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주문까지 받았지만 이틀 만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수요예측까지 이미 완료했는데도 번복했다는 점에서 이례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철회 배경에 대해 다우기술 측은 금융시장과 금리의 급격한 변동으로 채권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고 투자자 보호 여건을 고려해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서는 다우기술 핵심 자회사인
키움증권(039490)의
영풍제지(006740) 관련 미수금 사태가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주가 폭락으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던 상황인데, 자회사 악재가 모회사 조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다우기술은 회사채 발행 이후 불가피하게 나타날 채권 가치 하락보다는 평판 리스크로 피해를 줄이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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