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새해 첫날부터 공사를 멈춘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힐스테이트 메디알레), 곳곳에 유치권 행사와 공사 중단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15일 찾은 현장에는 타워크레인도 일부 철수되고 최소 인력만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공사가 중단된 이후 공사장 인근 식당을 비롯한 상권도 잠잠한 모습입니다.
지난 1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대조1구역 인근 식당 대표 A 씨는 "공사 중단 전까지는 점심시간 인부들로 넘쳐났지만, 현재는 손님이 뚝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이곳은 공사비 상승과 조합장 직무정지 등과 관련한 내분으로 법원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이에 조합이 착공 시점인 202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약 1800억원의 공사비를 한 번도 지급하지 못하자 공사장 문을 닫은 겁니다.
해당 사업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 88번지 일대 11만2000㎡부지에 지하 4층~지상 25층 규모 공동주택 2451가구(28개동)을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총사업비는 3조원에 현대건설 공사비만 5800억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9월 새로 선출된 조합집행부에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이 법원에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신청과 조합장 선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것이 인용되면서 조합장 자리가 비었습니다.
이에 법원이 작년 12월 말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한 보정명령을 내렸고, 해당 조합이 법원에 냈던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사 재개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비대위 측 인사가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걸면서 공사 재개는 요원해졌습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공사 중단이 길어진다면 추가되는 운영비용에 따른 분담금 상승이 우려스럽습니다 . 지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중단 당시 비용을 토대로 추산해 보면 대조1구역에서는 공사 중단에 따른 운영비용이 한 달 평균 30억~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조1구역 조합 관계자 "지금 당장 이주비가 만기되는 상황이어서 일단 이달 19일에 총회를 열 예정"이라며 "그 부분을 선제적으로 해결한 후 추후 일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대건설 측은 공사 재개 시기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조합 구성과 밀린 공사비 지급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대조1구역이 '제2의 둔촌주공'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둔촌주공의 경우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으로 불거진 사태가 맞다"며 "대조1구역은 조합원 간의 갈등으로 사업주체를 잃어버리고 공사비조차 지급받지 못하면서 공사 중단한 사태기에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공사비 갈등을 비롯한 사업주체 간 갈등은 도시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단은 조합 측의 고급화 요구를 받아들여 3.3㎡당 889만원의 공사비가 필요하다고 하자, 조합 측은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업주체 간 갈등이 심해지자 지자체까지 중재에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갈등을 줄이기 위해 신규계약에서라도 공사비 분쟁 여지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인 표준계약서에서 공사비 증액을 다룬 조항이나 문구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또 소비자물가지수나 건설공사비지수 중 하나를 증액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