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유예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들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이 전면 시행됩니다. 50인 미만 사업장 83만7000여곳이 예정대로 27일부터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겁니다.
법 시행 이후 현장 안착까지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당장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던 지난 2년 동안 중대재해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동안 미뤄뒀던 영세 사업장들의 안전관리시스템 보완도 시급한 상황입니다.
지난 2년 50인이상 시행 ‘미흡’
26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만들어진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전관리에 소홀한 사업주 처벌 등 법 집행은 미흡합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가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2021년 제정된 뒤 이듬해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이 적용된다고 해도 실효적인 집행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중대재해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고, 법 취지에 맞게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고용노동청 본청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적용 대비 긴급 전국 기관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관계자는 “법 시행 2년 동안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업장인 삼표도, 사회적 공분을 산 SPL 중대재해도 처벌 받지 않았다”며 “더구나 7건의 중대재해로 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DL이앤씨를 비롯해 현대중공업과 비앤지스틸 등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의 어떤 경영책임자도 기소는커녕 구속도 되지 않았던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건 봐주기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하며 엄정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수백 건의 중대재해에 단 35건의 기소에 그쳤고 불기소를 남발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지자체는 단 1건의 재판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대검찰청 권고보다 낮은 검찰의 2년 구형과 실형 확정은 단 1건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영세사업장 지원 시스템 ‘미비’
정부가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위해 일회성 사업 지원이 아닌 근본적인 예방대책 마련하고 지원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미 사업장 컨설팅과 안전보건인력 계획 등을 밝혔지만, 전체 사업장의 24%에 달하는 전국 83만여 사업장을 지원하고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하기에 역부족입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2023년 민간재해예방기관 평가 결과’를 보면 지난해 안전관리전문기관 등 12개 분야 1341개소 중 369개소(27.5%)가 하위 등급을 받았습니다.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기관 4곳 중 1곳 이상이 하위 등급에 머물러 영세 사업장에 대한 지원 현실도 열악합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해마다 수백명의 사람이 산업현장에서 사망하는 현실에서 대책이 진작 마련됐어야 한다.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지금이라도 행정 계도와 지원책들을 서둘러야 한다”며 “심지어 정부와 국회가 여전히 법 개정 여지를 남기는 건 우리 노동현실을 후진적인 상태로 머물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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