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저성장의 늪에 바진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K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향후 글로벌 성장률이 산업 전체 평균 보다 높은데요. 특히 한국 콘텐츠 산업은 K팝, K드라마, K영화, 웹툰 등이 세계적인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면서 고공행진 중입니다. K콘텐츠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스위프트노믹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촉발한 경제효과를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미국 투자회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스위프트가 공연을 위해 방문한 미국 각 주(州)의 호텔 객실당 월간 평균 수입은 그 이전해 동기보다 7% 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근에는 스위프트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까지 나섰는데요. 지난 20일 싱가포르 문화부와 관광청은 "스위프트 공연이 싱가포르 경제에 상당한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당국이 콘서트 주최사인 AEG와 직접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에라스 투어'라는 이름의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스위프트는 다음 달 초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6차례 공연합니다. 관객 약 30만명이 싱가포르 공연장을 찾을 예정인데요. 숙박, 관광 등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BTS, 한국경제에 매년 4조 이상 기여
팝스타 한명이 촉발하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는 K팝에도 적용됩니다.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K팝 가수들도 해외 팝스타 못지않게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스위프트노믹스를 잇는 'K팝노믹스'입니다. 아티스트 쌍두마차는 단연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인데요.
미국 경제지 포츈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BTS가 한국 경제에 290억달러(한화 약 38조773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의 전망이 있었다"며 "방탄소년단은 매년 36억 달러(약 4조8132억원)이상 경제에 이바지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2022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이 6만5000명 규모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 외국인 관객 비중이 절반일 경우, 공연 1회 생산유발효과가 1조2206억원 발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공연기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객들이 교통, 숙박, 쇼핑, 식사 등 다양한 소비를 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겁니다.
블랙핑크는 베트남을 들썩이게 했습니다. 지난해 8월 베트남 하노이 관광국은 '2023년 블랙핑크 월드투어 보고서'를 통해 블랙핑크의 베트남 공연 덕에 왕복 항공권과 숙박 수요가 증가했다고 공개했습니다. 당시 하노이를 방문한 관광객은 총 238만명으로 이전해 같은 기간보다 21.4%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38만1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조회수 18억회를 돌파했다고 소속사 빅히트뮤직이 23일 밝혔다. (사진=빅히트뮤직)
'아티스트'에서 'K팝 시스템' 수출로 진화 중
아티스트의 영향력 확대로 창출된 K팝노믹스는 수출액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음반 수출액은 2억4381만4000달러(약 3183억원)로, 이전해 동기 대비 2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전해 연간 수출액 2억3138만9000달러(약 3023억원)를 이미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우리나라 음반 연간 수출액은 2017년에 처음 4000만달러를 넘었고,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20년 1억3620만달러(약 1779억원), 2021년 2억2085만달러(약 2885억원) 등을 기록했습니다.
1~10월 K팝 음반 수출액을 국가별로 보면, 일본·미국·중국이 각각 1~3위를 차지합니다. 특히 대미 수출액은 이전해 대비 67.3% 증가했는데요. 대중 수출액은 51.1% 감소했습니다. '팝의 본고장'인 미국 수출액 증가세는 BTS와 블랙핑크 이후 K팝이 현지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다만 올해 BTS는 군백기에 돌입했고, 블랙핑크 멤버들은 저마다 자신의 소속사를 구해 떠난 상황인데요. 쌍두마차 후속 글로벌 주자 양성에 이목이 쏠립니다.
업계에서는 K팝 선도기업인
하이브(352820) 아티스트의 영향력 확대에 주목합니다. 국제음반산업협회가 꼽은 '2023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 톱10에 하이브 소속 세븐틴, 뉴진스 등을 포함해 K팝 아이돌 그룹 네 팀이 올랐는데요. 음반 판매량, 음원 및 비디오 스트리밍 수치 등을 합산해 그해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수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집니다. 2022년 이 차트에 BTS 등 세 팀이 오른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K팝의 세가 더 커진 겁니다.
세븐틴은 지난해 앨범 'FML'과 '세븐틴스 헤븐'을 1600만장 이상 판매했습니다. 스트레이키즈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도 지난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 정상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K팝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 엔터사들은 국내 K팝 시스템을 활용한 현지 오디션을 치르고 있는데요. 현지 아티스트를 탄생시켜 승부를 보려는 전략입니다.
오는 28일 음원 공개 예정인
에스엠(041510)의 그룹 '엔시티(NCT)'의 마지막 팀 '엔시티 위시'는 지난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데뷔 무대를 치렀습니다. 일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팀이지만 한국에서도 활동을 펼치게 됩니다.
아예 진출 국가 국적의 멤버들을 구성해 현지에서 직데뷔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보이스토리는 K팝 현지화에 앞장서고 있는
JYP Ent.(035900)가 탄생시킨 중국인 그룹입니다. 아티스트를 수출하는 게 아닌 'K팝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방식인데요. K콘텐츠를 수출하려는 엔터기업들의 새로운 시도로 K팝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합숙 등 체계적 트레이닝으로 대표되는 K팝 아이돌 제작 시스템을 수출해 현지에서 인재들을 발굴, 또 다른 방식의 세계화에 성공해야 할 때"라며 "올 한해는 K팝 제작 구조가 해외에서 자리잡는 실험적인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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