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을 융단폭격하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급성장세를 이어온 국내 이커머스업계 입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며 시장 주도권을 내줄 위기에 몰린 셈인데요.
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초저가 공세도 문제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 이 같은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은 가품, 불량품 등에 따른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어 사실상 스스로 조심하는 '각자도생'의 길에 내몰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초저가 공세에 수세 몰린 국내 업계…공정하지 못한 판이 더 문제
최근 우리 이커머스업계는 초저가 상품,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세운 중국 플랫폼들의 공습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인데요.
'백만장자처럼 쇼핑하기'라는 테무의 슬로건처럼 중국 업체들은 '0' 하나가 빠진 판매 가격으로 초저가 시장을 공략하며 국내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해나가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초저가 전략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고 배송하는 시스템까지 갖췄기 때문입니다.
25일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나 테무가 비현실적인 가격을 무기로 아무런 제재 없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물론 유통업계의 생태계까지 심각하기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업계는 가격 경쟁력 부분의 경우 소비자 선택의 영역인 만큼 이를 차치하더라도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가 동일한 규제를 받지 못하는 점은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우리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등 제재에서 벗어나 있다"며 "반면 우리 기업들은 이 같은 규제를 준수해야 하고 이에 따른 상당한 비용도 지출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관세와 부가세 같은 세금 부분에서 중국 업체들이 자유로운 점도 불합리한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라며 "현재 우리나라 시장은 국내 업체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역시 지난 14일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을 불러 간담회를 진행하며 이 같은 위기에 대해 공감했는데요.
주요 업체들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소비자 보호 제도 강화, 국내 판매자의 역차별 해소 등 정부 차원의 방안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소비자 피해 급증하지만…"소비자 스스로 조심해야"
민관이 중국 온라인 플랫폼들의 파상공세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소비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은 없다는 것이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입니다.
실제로 중국 플랫폼 관련 소비자 피해 신고는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알리의 경우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건수는 465건으로 전년 93건보다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중 배송 지연, 오배송, 상품 누락, 배송 중 분실을 포함한 계약 불이행 문제가 226건(49%)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안전 인증 의무를 준수할 필요가 없는 데다 버젓이 가품을 팔아도 이를 차단할 방법이 없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인데요.
한 국내 이커머스 A사 관계자는 "모니터링 체계, 입점 셀러 관리 문제로 중국 플랫폼들이 불법 상품과 가품 유통의 온상으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상품이 유통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 기술 기반 솔루션을 도입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알리, 테무의 진입으로 중국에서 제조된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들과 국내 제조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점 또한 경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B사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 상품들은 국내 사업자들이 공식 수입 절차를 밟아 들여오는 상품과 달리 국가통합인증마크(KC·Korea Certification) 인증, 식품의약품안전처 마크 등 의무사항을 거치지 않고 유통되기 때문에 안전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결국 소비자 스스로가 신중하게 구매 결정에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아울러 정부가 국민 안전을 보호한다는 차원 아래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국내 업체들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C사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인 만큼 이에 대해 따로 언급할 부분은 없다"며 "다만 일회성 소모품 정도면 몰라도 값비싼 공산품이나 식품 등 소비자 건강과 관련된 제품은 구매 시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다는 조언도 나오는데요.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은 가격 경쟁력 뿐만 아니라, 품질, 업체 신뢰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가품 판매를 방지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중국과의 확실한 비교우위 콘텐츠를 확보한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물류 관계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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