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밸류업 인센티브로 인해 ‘배당감세’가 부활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주주환원 유도를 위한 다양한 세제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는데 대표적인 환원수단이 배당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배당감세는 기업들의 돈이 지배주주가 습득하는 배당으로만 쏠리자 폐지했습니다. 투자와 상생협력 쪽에 좀 더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배당감세가 부활한다면 부자감세 논란도 짙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4일 재계 및 시장 분석가들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강제성이 없어 기업 참여를 유도할 세제지원 혜택이 클 것으로 관측됩니다. 주주환원에 비례해 세제지원을 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인데 전문가들은 폐기됐던 배당감세와 닮았다고 지적합니다. 주주환원 수단이 배당으로 한정돼 사실상 배당감세란 관측입니다.
배당감세는 2015년부터 시행됐던 기업소득환류세제에 포함됐었습니다. 이는 기업 당기소득 중 투자, 임금증가, 배당에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 과세하는 제도입니다. 한해 이익의 80% 이상 해당 용도로 쓰지 않으면 미달 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추징했었습니다. 기업 유보금이 사회환원되도록 유도하는 목적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배당에만 치중하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마침 대규모기업집단 내 지분승계가 한창이라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상장사에 배당이 몰렸습니다. 결국 환류목적보단 사익편취 현상이 커졌고 2017년말 일몰기한을 끝으로 폐기됐습니다.
환류목적은 필요하기 때문에 2018년부터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엔 배당을 빼고 투자, 임금증가, 상생협력출연금으로만 구성했습니다. 제도는 2022년말 일몰을 넘겨 2025년말까지 시행 연장됐습니다.
이 제도의 대상은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롯데, 한화, GS, HD현대, 한진, LS, 두산 등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내국법인입니다. 이들 대기업은 일몰에 앞서 제도 폐지를 건의했다가 여의치 않자 배당감세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세수부족에 시달리던 정부는 이마저 거부해 제도는 3년 연장됐습니다.
대신 밸류업에서 주주환원에 따른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우회로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배당감세를 폐지했던 취지를 고려하면 부자감세 논란이 커질 우려가 생깁니다. 현정부 들어 이미 법인세 인하, 해외 자회사 배당금의 익금불산입 도입,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수출목적 국내외 거래 시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배제 등이 이어지며 논란을 키운 바 있습니다. 게다가 본래 배당감세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만 해당됐으나 모든 상장사가 대상인 밸류업으로 확대하면 조세특례대상도 더 늘어나게 됩니다.
밸류업은 말바꾸기 논란도 낳았습니다. 금융위가 프로그램 대상 기업에 ‘노패널티’를 강조했다가 금감원장이 기준 미달 시 시장 퇴출을 경고했습니다. 이에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책, ‘표퓰리즘’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준비와 조율 안 된 급조된 정책임을 알 수 있다”고 비평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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