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저성장의 늪에 바진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K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향후 글로벌 성장률이 산업 전체 평균 보다 높은데요. 특히 한국 콘텐츠 산업은 K팝, K드라마, K영화, K웹툰 등이 세계적인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면서 고공행진 중입니다. K콘텐츠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엔터사
에스엠(041510)은 8년 전부터 K팝 국제학교를 설립하려고 사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규제에 막혔습니다. 고민 끝에 지난해 3월 'SM유니버스'라는 전일제 학원을 차렸습니다. 다국적 K팝 그룹을 육성하기 위해 외국인 학생을 받아야 하지만, 학원이라 법무부에서 비자를 내 주지 않아 속을 앓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가면 법무부 측과 논의해 해결해 준다고는 했다는데 1년이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문제부터 해결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K콘텐츠노믹스를 통한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의 방법으로 정부의 큰 비전 창출과 공유를 최우선으로 제시했습니다. K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쓰는 유례없는 기회를 살려 K콘텐츠노믹스를 경제성장 정책으로 삼아 정부의 모든 부처가 손을 잡고 전방위로 협력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교수는 "K콘텐츠 진흥을 문체부만의 업무로 삼을 게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정부 비전으로 삼아 모든 부처와 민간이 힘을 합쳐야 '100년 한류'를 이루고 K콘텐츠를 '제2의 반도체' 같은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모 일간지에서 경제·산업부 기자 경력을 쌓은 뒤 통신 대기업 IPTV 사업 본부장을 거쳐 서울예대 산학협력처장과 경영부총장을 역임한 이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K콘텐츠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K콘텐츠 수출액은 전통적 수출품인 TV·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의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 덕에 외국인 관광 입국, 뷰티·패션 상품 및 라면·소주 같은 식품의 수출도 늘어났습니다. 특히 요즘 이차전지 같은 첨단 제조 공장 건설에 수조원이 투자돼도 공장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가 거의 창출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콘텐츠·관광은 일자리의 ‘큰 샘’이라고 할 수 있죠."
최근 들어 K콘텐츠 인기의 정점이 꺾였다거나 K팝·드라마 등이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중 예술도 사이클이 있습니다. 무한정 계속 가진 못하지요. 홍콩 영화나 일본 드라마를 보십시오. 한때 얼마나 열풍이었습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사그라드는 순간이 옵니다. 국내든 해외든 대중의 입맛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시각각 바뀌는 대중의 눈높이를 맞춰줄 창의적인 창작자를 많이 키워놓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창의교육이 제도화돼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콘텐츠 창작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다각적인 지원이라면 여러 부처에서 전방위 협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네. 흔히 문체부나 콘텐츠진흥원 지원만 생각하는데 여러 부처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문체부는 K컬처와 관광을 융합해 연 외국인 관광객 2000만, 3000만 달성을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입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K팝 아티스트들이 국내에서 공연을 하는 거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힘듭니다. 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 리모델링을 비롯해 대형 가수들의 공연장을 잡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관광업계는 K콘텐츠와 연계해 인바운드 관광객을 모을 예산 지원을 요구하지만 기획재정부와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수많은 문제들은 정부 부처가 하나의 비전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갈 때만 쉽게 풀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정부 각 부처가 제각각이거나 콘텐츠 업계와 따로 놀아서는 K콘텐츠가 불러온 유례없는 기회를 큰 열매로 만들 수 없습니다."
K콘텐츠가 미래 먹거리로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
"현재 유례없는 '한류'를 국민적 자부심만 심어주는 계란으로 보지 말고 경제와 일자리를 살릴 황금알로 봐야 합니다. 지도자가 반도체·방산과 함께 소프트 파워 'K콘텐츠노믹스'를 쌍끌이로 키워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깃발을 내걸고, 함께 하자고 외쳐야 합니다. 선진국 프랑스를 보십시오. 제조업과 문화예술을 두 축으로 삼아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할 수 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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