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반도체 수급 문제가 개선됐음에도 하이브리드 차량은 출고까지 최대 1년 이상 걸릴 정도로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해진 틈을 타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세로 자리한 모양새입니다. 특히 대형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하이브리드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3월 기준 출고까지 12개월 이상 소요됩니다. 이외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7~8개월,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7개월,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4개월 등 인기 있는 차종의 경우 내연기관 출고기간(1~2개월) 대비 여전히 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아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사진=기아)
친환경에 고연비, 편의성 등을 갖춰 비싸고 충전이 불편한 전기차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하이브리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힙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차 등록대수는 11만2496대로 전년 동월 대비 17.3% 감소했는데요.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는 2만7828대가 팔려 39.4% 늘었습니다. 올해 1~2월 누적 기준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료해 66.7% 급증한 6만7540대가 팔렸습니다.
다만, 하이브리드 내에서도 모델별 편차는 컸습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현대차 차량 중 하이브리드 비중이 가장 높은 차는 싼타페로 58.1%에 달했습니다. 그랜저도 54.7%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반면 준준형 세단인 아반떼는 13.1%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아반떼 하이브리드 비중은 1월 9%, 2월 11.9%에 그쳤습니다. 기아 역시 쏘렌토가 66.6%로 하이브리드 비중이 가장 높고 K8 62.3%, 스포티지 46.4% 순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출시된 카니발 하이브리드 비중도 54.7%였던 반면 K5는 35.6%로 격차가 컸습니다.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시스템.(사진=현대차)
이 같은 모델별 편차는 유류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반떼, K5 등은 하이브리드를 택하더라도 유지비나 연료비에서 내연기관 대비 큰 이점이 없습니다. 아반떼, 코나, 투싼 등의 경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배기량이 1.6으로 같아 자동차세 절감 효과도 없습니다. 반면 패밀리카 성격이 강한 카니발, 싼타페, 쏘렌토 등은 가솔린의 경우 연비가 리터당 10km 수준이지만, 하이브리드로 전환하면 연비가 껑충 오릅니다. 이는 유류비의 절감 효과로 이어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반떼나 K5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차 가격에 민감하고 내연기관 모델도 연료 효율이 높은 편이라 유지비 부담이 적다"며 "500만원 이상을 더 주고 하이브리드를 살 이유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며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입니다.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를 출시했습니다.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했습니다. 또 내년 출시되는 신형 팰리세이드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역시 내년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합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중·대형 하이브리드 차급에 맞춰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개발 중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친환경을 지향하면서 연비는 좋고 중고차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하이브리드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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