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호남 발전력, 수도권으로…전력망 건설은 '난제'
대규모 전력망 건설·투자, '수급 불균형' 풀기
주민 수용성 악화는 '걸림돌'…기피시설 인식
허수의 '전력망 알박기' 사업자도 걸러내야
2024-03-18 15:49:51 2024-03-18 15:49:51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정부가 호남지역에 넘치는 발전력을 신도시 등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대규모 전력망 건설·투자계획을 추진합니다. 하지만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전력망 건설에 대한 주민 반대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후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이른바 '전력망 알박기 현상'은 해소해야할 과제로 지목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이옥헌 전력정책관 주재로 '전남·광주 전력계통 협의회'를 열고 계통 이슈가 발생하는 지역에 대해 정부·지자체·유관기관이 힘을 합쳐 맞춤형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산업부 측은 “과거 호남지역은 전력수요와 공급이 이루는 지역이었으나, 최근 재생에너지 급증으로 인해 지역 내 수요보다 많은 잉여전력이 발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2036년까지 태양광 보급 목표 65.7GW 중 약 63%는 호남지역에 집중됐습니다. 태양광 발전량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수요가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등 전력량이 남아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호남지역의 발전력을 첨단산업, 신도시 등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대규모 전력 건설·투자계획을 수립, 추진 중입니다. 10차 장기송변전 설비계획엔 345킬로볼트(kV) 송전선로 5개·서해안 해저 초고압직류송전(HVDC) 2개 루트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월 22일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전력망 건설은 기피시설로 인식돼 주민 수용성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높습니다.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 확보가 불가피 하나 재산권 침해 인식·입지선정·전자파 발생에 따른 안전 우려 등 주민·지자체 반대가 존재합니다. 
 
또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이후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전력망만 선점하고 있는 '전력망 알박기 현상'도 고민거리입니다. 발전사업자 신청을 받을 때 선순위 사업자들이 이미 있다면, 후순위 신청자들은 허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후순위에 있는 선량한 사업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이창호 가천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전력수급 불균형이 큰 상황이다. 수도권은 전력이 설비에 비해 수요가 많고, 호남 등 지역은 수요가 적은 편"이라며 "에너지는 저장이 안 되는 만큼 남는 전력을 수도권 등으로 보내면 좋겠지만 주민 반발·환경 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가능한 소비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도 우선돼야 한다"며 "일례로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이를 지역으로 이전·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지역과 수도권 요금을 차등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역 전력이 소모될 수 있는 설비들이 건설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망 시설 주민 수용성 악화 부분에 대해서는 건설 지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허수로 존재하는 '전력망 알박기' 사업자를 걸러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이옥헌 전력정책관 주재로 '전남·광주 전력계통 협의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전남에 설치된 송전탑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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