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2년 연속 최고치를 찍은 '무역기술장벽'의 걸림돌이 올해 1분기에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 시장의 중소기업들로서는 기술장벽 대응에 한계가 있고 정부 지원책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누적 무역기술장벽(TBT)은 1194건입니다. 이는 올해 1분기 건수로 전년 동기(1121건)와 비교해 6.5%(73건) 증가한 수준입니다.
대륙별로는 아프리카 대륙 국가가 491건의 무역기술장벽 통보문을 보내 가장 큰 비중(41.1%)을 차지했습니다. 산업별로는 식의약품 분야가 296건(24.5%)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무역기술장벽은 무역 상대국 간 서로 다른 기술규정·표준·적합성평가절차 등을 채택·적용함으로써 상품·서비스의 자유로운 교역에 불필요한 장애요인을 형성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지칭합니다. 즉, 국가 간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동을 방해하는 규제적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누적 무역기술장벽(TBT)은 전년보다 6.5% 증가한 1194건을 차지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분기도 '껑충'…홍삼·화장품 수출 '전전긍긍'
무역기술장벽은 증가추세입니다. 특히 600건에 불과한 2000년대와 달리 지난해에는 4079건을 기록했습니다.
연도별 증가 추이를 보면 2000년 기준으로는 631건에 불과했던 무역기술장벽은 2003년 879건으로 늘었습니다. 2006년에는 1029건으로 증가한 후 6년만인 2012년 2194건을 기록하는 등 2000건을 돌파했습니다. 2018년에는 3062건을 기록한 후 2023년 4079건으로 첫 4000건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의 무역기술장벽 통보 국가를 보면 우간다가 151건(12.6%)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이집트 133건(11.1%), 미국 102건(8.5%) 등의 순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제8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무역기술장벽 위원회'를 열고 국내 수출기업이 중국에서 겪는 무역기술장벽 현안과 양국의 해외직구 등 온라인 유통 제품의 안전관리 협력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6건의 무역기술장벽 현안 및 기술 규정 개정(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이중 우리나라가 제기한 '한국산 6년근 홍삼'이 대표적입니다. 중국이 한국산 6년근 홍삼의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어 수출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국내에서 홍삼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해 의약품보다 취급 규제를 덜 받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 홍삼에 대해 의약품 수준의 규제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이달 개정조치가 끝나면 우리나라 홍삼 수출 시 의약품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국표원 측은 중국 수출 때 적용하는 고려홍삼수입약재표준 개정안'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나 이전에 없던 기준이 새로 생길 경우 우리 기업들의 홍삼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창수 국표원 기술규제대응국장은 "이번 위원회를 통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주요 상품인 홍삼과 화장품 등에 대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중소기업 중심의 지원 정책 필요"
문제는 무역기술장벽이 증가하면서 수출 기업수를 감소시키고, 중소기업 등의 시장 진출을 억제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해외 무역기술장벽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해외 무역기술장벽의 증가가 수출 기업 수를 감소시켰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더욱이 중소기업 등의 퇴장을 촉진하고 신규 진입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해당 보고서에는 "무역기술장벽이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한계 기업의 퇴장을 촉진하고 신규 진입을 억제해 수출 기업수를 감소시켰다"며 "중소기업의 신규 해외시장 진출을 중심으로 수출 산업의 생산성과 시장 경쟁력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윤정현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예전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자국 중심, 보호무역주의 등이 심화하면서 무역기술장벽이 증가하고 있다"며 "무역기술장벽을 넘어섰을 때 우리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다만 대기업은 비교적 분쟁조정 등을 통해 무역기술장벽을 대응해 나가지만, 중소기업 등은 직격타를 맞게 된다"며 "중소기업 등이 무역기술장벽에 부딪혔을 때 대응해나가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소규모 기업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찾아나갈 필요성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국표원 관계자는 "선진국은 신기술·신제품에 대한 기술규제가 고도화되면서 무역기술장벽이 증가하고 있고 개도국도 따라 도입하는 추세"라며 "최근 증가하는 무역기술장벽이 환경·노동 등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더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5대 TBT 포럼, 세계무역기구(WTO) TBT 위원회 참석 등을 통해 기업 애로 사항 등을 살피며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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