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신세계엘앤비·제주소주, 3년 만에 이별…끝내 못 이룬 시너지
2021년 흡수합병 후 완전 자본잠식 빠진 '제주소주'
물적분할 후 부채비율 171.31%→113.60% 개선 전망
"매각 계획 없어"…제조 경쟁력 강화·투자 유치 집중
2024-07-04 06:00:00 2024-07-0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일 18:0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신세계엘앤비가 지난 2021년 흡수합병 이후 3년 만에 제주소주를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유통사업 부분 통합으로 효율적 사업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으나 되려 수익성이 약화되면서 분할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할 결정으로 신세계엘앤비는 제주소주의 외부 투자 확대 유치를 확대하고 전문성과 경영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와인앤모어 청담점.(사진=신세계엘앤비)
 
제주소주 분할 통해 재무구조 개선 전망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엘앤비가 제주소주 분할 계획을 공시했다. 이를 통해 사업의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분할은 신세계엘앤비가 제주소주의 발행주식 총수를 취득하는 단순 물적분할로, 분할비율은 산정되지 않았다. 향후 신세계엘앤비는 제주소주의 외부 투자유치나 지분 매각, 전략적 사업 제휴, 기술 협력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할 예정이다.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의 일부 자산과 부채를 새로운 회사에 이전해 독립적인 법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업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거나 투자 유치를 위해 사용된다.
 
지난해 말 기준 재주소주의 총자산은 149억원으로 신세계엘앤비 전체 자산 1325억원 중 11.24% 에 불과했다. 반면 부채 규모는 211억원에 달하며 전체 부채총계 837억원 가운데 25.2%를 차지했다.
 
오는 8월6일 분할 시 현재 제조사업부로 분류돼 있는 제주소주가 보유하고 있던 부채 등이 신설법인인 '제주소주'로 이전된다. 분할이 완료되면 신세계엘앤비의 별도 부채비율은 171.31%에서 113.60%로 약 57.7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제주소주다. 2020년까지 자본총계 57억원을 유지했던 제주소주는 지난해 말 62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신세계엘앤비는 제주소주를 매각하지 않고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제조경쟁력을 갖춰나간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재무제표를 개선하기 보다는 각 사업을 세분화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제주소주가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투자 유치측면에서도 더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비중 3% 불과…영업손실 확대 '고전'
 
앞서 제주소주는 지난 2011년 8월5일 설립된 제주 지역 소주제조업 회사로 지난 2016년 신세계(004170)그룹 계열사인 이마트가 19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후 제주천연 암반수를 주원료로 한 브랜드 '푸른밤'을 리뉴얼해 선보이면서 '정용진 소주'로 입소문을 탔다. 
 
제주소주의 매출액은 신세계엘앤비가 보유한 유통망을 통해 크게 확대됐다. 2016년 1억6355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2017년 11억8192만원으로 매출액이 증가했다. 이어 2018년 43억원, 2019년 48억원, 2020년 50억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제주소주가 2020년 신세계엘앤비의 매출(1454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4%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2016년 19억원에서 2017년 60억원으로 확대된 후 2018년 127억원, 2019년 141억원, 2020년 106억원으로 100억원대를 유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흡수합병 전인 20220년 제주소주의 결손금은 610억원을 기록하며 자본금(670억원)보다 낮은 자본총계 57억원으로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에 신세계엘앤비가 경영효율화를 위해 2021년 이마트의 자회사로 있던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시장 내 경쟁 심화와 소비 감소 등으로 인해 실적은 되려 거꾸로 가는 모습이다. 2021년 2000억원이던 매출액은 2022년 2064억원까지 확대됐으나, 주류 시장 내 소비 감소와 경쟁 심화로 지난해 매출은 1806억원을 기록하며 직전연도 대비 12.5% 감소했다.
 
신세계엘앤비의 2021년 영업이익은 212억원으로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한 이후 최대치를 찍었지만, 이후 2022년 116억원, 2023년 7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기간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21년 7억원에서 2022년 15억원, 2023년 21억원으로 확대됐다.
 
신세계엘앤비는 2021년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하면서 푸른밤 생산을 중단, 수출용 소주 제조자개발생산(ODM)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에는 웹툰작가 겸 방송인 기안84와 협업해 한정판 소주 '킹소주24'를 선보였으나, 제주소주의 매출액은 2022년 9억원에서 지난해 11억원으로 확대되는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 영업손실(21억원)은 매출액 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투자 유치 확대에도 제주소주가 수익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푸른밤이 이전에도 이마트·트레이더스 등 신세계그룹 유통채널에서 판매된 적 있지만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고 결국 단종된 바 있다"라며 "투자 유치를 확대한다고 해도 이미 강력한 경쟁자가 시장에 존재하는 만큼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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