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인터넷 시대 ‘시작 페이지’, 모바일 시대 ‘메신저 서비스’ 등이 하나의 관문 역할을 했다면, AI(인공지능) 시대 AI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될 때 관문을 여는 누군가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고, 이는 곧 시장의 큰 재편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강정수 블루닷 AI 연구센터장이 5일 오전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배덕훈 기자)
AI 전문가인 강정수 블루닷 AI 연구센터장(더코어 총괄에디터)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도래하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 중 하나로 ‘AI 비서(Agent)’를 꼽으며 이같이 전망했습니다. 전 세계 수십억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적용될 AI 비서는 새로운 경제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강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강 센터장은 “2007년 아이폰이 나왔을 때 대중화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라며 “하지만 스마트폰이라는 원 프로덕트에 의해서 소비자들의 소비와 행위 습관이 바뀌었고, 이에 따라 경제 질서가 변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아직은 초기이지만 이제는 ‘AI 모멘트’로 AI 산업들이 본격화하는 것은 2025년부터일 것”이라며 “앞으로의 20개월이 지난 20년보다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강 센터장이 바라본 AI 비서의 궁극적인 모습은 AI 비서가 스마트폰 내에 있는 모든 앱과 운영체제(OS)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AI 비서가 나를 대신해 앱을 작동시켜서 원하는 바를 실행시켜 주는 것을 일컫는데요. 가령, ‘쇼핑 앱을 통해 수박을 주문해 달라’고 말을 하면 AI 비서는 스마트폰 속 쇼핑 앱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확인해 ‘어떤 제품을 주문할지’를 묻고 사용자의 최종 결정에 따라 주문과 결제까지 이뤄지는 것입니다.
현재 애플은 음성비서 시리를 이러한 흐름으로 발전시켜 가고 있는데요. 아직은 API 연결을 통해 다른 앱의 작동을 명령하는 것이 아닌 앱에 있는 데이터를 읽고 답변하는 수준으로 과도기적 상태라고 강 센터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온디바이스 AI’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다양한 앱들에서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읽고 종합해 답변할 수 있는 AI로서 시리가 AI 비서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몇 개의 앱을 켜서 직접 손가락으로 스크롤링을 해야만 하는 행위를 줄여준다는 것은 AI가 대중화될 수 있는 흐름을 열어준 것입니다.”
AI 로봇 (사진=뉴시스)
“한국 AI 산업 ‘진흥’ 집중할 때…‘인재’가 가장 중요”
강 센터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AI 흐름 속 우리나라의 전략 수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는데요. AI와 관련한 기본적인 법률이 제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규제’가 아닌 ‘진흥’에 방점을 찍고 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강 센터장은 “항상 진흥과 규제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진흥이 더 중요한 시기”라면서 “AI 산업 자체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데 규제를 얘기하고 균형을 얘기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지금 왜 한국에서 국민들은 AI를 쓰지 않는가, AI 스타트업이 왜 이렇게 적은가, 벤처캐피탈(VC)은 왜 투자를 안하는 가부터 살펴봐야 한다”라며 “이러한 형국에서 규제를 얘기한다는 것은 사회적 논의가 산으로 가는 결과로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강 센터장은 특히 이러한 상황 속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인재 확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호 직업은 의사, 법조인, 공무원 등으로 AI 산업에 몸 담는 인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요. 그마저도 실력 있는 AI 인재들은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글로벌 빅테크의 러브콜로 해외로 떠나는 실정입니다. 앞서 지난달 인텔이 발간한 보고서 역시 한국의 AI 도입과 관련해 ‘AI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강 센터장은 “첫번째도, 두번째도 인재인데, 첫번째는 현재의 인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부분이고, 두번째는 미래의 인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라며 “국내 인재를 확보하고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임금 차이를 해소해 주고, AI 산업이 얼마나 확실한 비전이 있는지를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강 센터장은 AI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대두되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서 ‘안전한 사용’과 관련한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는데요. 특히 먼 미래에 다가올 ‘AI 보안’보다 현실에 닥친 ‘안전한 사용’에 집중해 AI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에는 딥페이크를 전문가만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돈만 내면 누구나 만들어 악용할 수 있습니다. 또 앞으로 보이스피싱도 검찰이나 병원이 아닌 자식과 부모의 가짜 목소리를 통해서 올 수 있는 시대에 진입했는데요. 이 피해를 어떻게 제어해 낼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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