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최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소 중 하나는 '가짜뉴스'입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은 가짜뉴스 전파에 날개를 달게 했습니다. 특히 레거시 미디어(전통적 언론)조차 '퍼나르기식 보도'에 편승하면서 제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가짜뉴스'의 온상인 유튜버들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도 기성 언론의 자정 기능 상실과 무관치 않습니다.
지난 2021년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에서 미 국회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이날 의사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인단 투표 확인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 수천 명이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모였다. (사진=뉴시스)
'분열' 조장하는 가짜뉴스…전 세계 '위협'
2일 세계 각국의 가짜뉴스 폐해 사례를 종합하면 지난 2021년 미국에서 일어난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고, 그를 추종하는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은 의회 폭동의 불쏘시개가 됐습니다.
관련 사건에 대해 미국 검찰이 1200명을 기소하고 최대 22년형의 유죄판결까지 나왔지만,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25%가 아직도 FBI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벌인 의회 난입 사태를 조장했다는 주장을 사실로 믿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적법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62%만이 그렇다고 답했는데요. 사실상 3분의 1이 아직도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부적법하다고 답한 셈입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가짜뉴스'가 미국 내 '분열'을 유지시키고 있는 겁니다.
국내에서도 가짜뉴스로 인한 여파는 상당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라는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은 허위로 확인됐습니다. 총·대선 때마다 가짜뉴스가 끊이지 않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기간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를 방문해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둘러본 뒤 흉기 피습을 당해 쓰러져 있다. (사진=뉴시스)
진보도 보수도 '유튜브'로…빨라지는 '확산'
문제는 이 같은 가짜뉴스가 기술의 힘을 빌려 확산의 속도를 올리고, 단순히 루머나 오보를 벗어나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SNS 특성상 자극적 정보가 담긴 '가짜뉴스'는 진짜 정보보다 훨씬 더 빠른 전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총선을 2개월 여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다",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다"라고 말하는 약 46초 분량의 '딥페이크'(실제인 것처럼 꾸민 합성 영상·이미지) 영상이 SNS에 '가짜뉴스'로 급속도로 퍼지기도 했습니다.
1월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괴한이 휘두른 칼에 목이 찔렸음에도, 한 유튜버는 "영상을 슬로우로 보면 민주당 당원이 왼손에는 칼을 들고, 오른 손에는 종이로 말은 나무젓가락을 들고 오른손으로 찌른다"며 "자작극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9월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 한국'에 따르면 응답자 2명 중 1명(53%)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통상적으로 보수층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최근 2년 사이 진보 성향 이용자 중에서도 19%포인트가 상승해 62%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레거시 미디어들이 유튜브를 통해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영향도 있지만, 정치적 성향에 따라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비중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당시 극우 성향 유튜브가 '태블릿 PC는 가짜'라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성행한 바 있는데, 이제는 정치권 전역으로 확산한 모양새입니다.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도 28%로 조사됐는데, 이 틈을 유튜브가 파고든 셈이기도 합니다. 결국 레거시 미디어에 틈이 벌어지면서 극단주의적 성향의 유튜버들이 생산해 내는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9월 대정부질문에서 "가짜 뉴스를 만들고 그것을 누군가 SNS에 퍼 나르고 다시 매체들이 확산시키고 이것을 큰 레거시 미디어들이 받아서 보도하는 식의 문법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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