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유근윤 기자] <뉴스토마토>는 쪽방촌 연속 기획보도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쪽방촌 거주자들의 열악한 환경, 주민들이 쪽방을 떠나지 못하는 쪽방촌 생태계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실태 체험에 이어 쪽방촌 주민들의 삶을 지표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쪽방촌 실태 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치로, 서울시가 조사 및 작성했습니다. 이를 최초로 공개합니다. (편집자)
쪽방촌 거주자들의 생활실태를 분석한 결과 만성적 빈곤·질병·우울·고독의 늪에 빠져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늪은 거주자들의 일상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빈곤·질병으로 인해 한번 쪽방으로 내몰린 사람들은 가족·이웃과 멀어지고 일상생활이 망가진 채 점점 우울·고독으로 침잠하는 겁니다. 단순히 쪽방촌 거주자들의 의식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빈곤·질병·우울·고독의 늪을 탈출하도록 돕는 종합적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뉴스토마토, 서울시 쪽방촌 실태보고서 전수 분석
<뉴스토마토>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보고서는 서울시가 주거 취약계층인 쪽방 거주자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복지체계 연계를 통한 자립 지원을 목적으로 실시됐습니다. 조사 항목은 △쪽방 건물구조 △화장실·세면장 등 기초 편의시설 현황 △소화기 등 안전시설 확보 여부 △냉·난방 여건 등 주거생활 △소득 수준과 일자리 등 근로활동 △질병과 장애 여부 등 의료생활 △쪽방 거주 기관과 연락 가능한 가족 등 기타 사항입니다.
서울시는 쪽방 건물구조와 기초 편의시설 현황 등은 쪽방상담소와의 협조를 통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항목은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자기기입식 면접조사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7월19일부터 8월16일까지 한 달에 걸쳐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한 총 15꼭지의 연속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만성적 '우울함'에 '외로움'…병원도 못 가는 '빈곤'
2022년 자살을 생각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외롭고 우울해서(32.9%) △경제적 희망이 없어서(27.8%) △질병으로 힘들어서(27.1%) △경제적 어려움(24.7%) 순으로 응답이 높았습니다.(중복답변을 허용했습니다.)
쪽방촌에서 우울함은 만성화되어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매년 30~40%가량이 '그렇다'고 답한 겁니다.
같은 기간 음주 사유를 조사한 결과, 9년간 부동의 1위는 '할 일이 없고 무료해서'였습니다. 다른 음주 사유로는 '주변에서 권해서' 또는 '아픈 것을 잊기 위해'라는 등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임대주택·공용에어컨, 거주자 체감 부족
공용에어컨 이용에 불만이 있는 거주민 절반은 ‘집주인이 잘 틀어주지 않아서’(50.8%)라고 답했습니다. 집주인이 공용에어컨을 편하게 이용하도록 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쪽방촌 생활을 타개할 방안으로 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거론합니다. 하지만, 거주자들의 관심은 시들합니다.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⑦'임대주택 가고파' 줄고…'쪽방서 살고파' 늘어> 기사에서 나타나듯 쪽방촌 거주자들이 '임대주택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대답한 비율은 2014년 53.9%에서 2023년 49.6%로 줄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쪽방촌에서 그대로 살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22.6%에서 33.9%로 증가했습니다.
다만 이는 임대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거나 신청해도 탈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게다가 쪽방촌엔 그동안 정이 든 이웃이 많고, 쪽방의 환경에 길들여진 탓에 임대주택으로 이사하길 꺼리는 경향도 있는 걸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마련과 함께 쪽방 거주자가 빈곤·질병·우울·고독의 늪을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종합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아파트 형태의 임대주택에서는 쪽방에서 부를 수 없던 요양보호사나 활동지원사를 집으로 불러서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다"며 "질병, 고독, 우울 케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파트에서의 고립 문제 등은 주민 자치 조직이 관리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며 "중위 소득과 기준 중위 소득의 갭을 메우는 방식으로 사회 보장을 강화하는 게 탈빈곤에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태현·유근윤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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