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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올 하반기로 구상하던 주주가치 제고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워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끌어올렸으나 하나금융은 하락한 것이다. 주주환원 계획을 이행하려면 CET1비율을 지난해 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탓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진=하나금융지주
CET1 낙폭, 5대 금융지주 중 최대
30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올 2분기 CET1비율은 12.8%다. 지난 1분기 대비 0.09%p 감소했다. 2분기 연속 하락세다. 타 금융지주가 대부분 상승세를 보인 것과 다른 흐름이다. 5대 금융지주와 지방금융지주 중 3월 말 대비 CET1이 하락한 지주는
신한지주(055550)와 하나금융지주뿐이다.
신한지주는 같은 기간 0.06%p 낮아져 하나금융지주의 낙폭이 가장 컸다.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CET1을 기록한 곳은
우리금융지주(316140)이지만, 우리금융은 3월 말 11.95%에서 12.04%로 12%대에 들어가면서 개선 추이를 보였다. 국내 금융지주는 일반적으로 CET1비율 13% 이상 유지를 목표로 관리하고 있다. 통상 13%를 넘는 경우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환원에 활용한다.
하나금융은 올 1분기부터 13% 밑으로 떨어지면서 두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 연말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연말 하나금융의 CET1비율은 13.22%로 6월 말과 비교하면 0.42%p 낮아졌다.
CET1비율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이다. CET1비율이 높을수록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일 수 있어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로 꼽힌다. CET1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자본의 비율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날수록 하락하며 보통주자본이 증가할수록 오른다. CET1비율의 규제 비율은 7%지만 5대 금융지주는 보통 12%대에서 오르내린다.
하나금융지주의 CET1비율이 하락한 것은 보통주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이 빠르게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하나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은 35조8230억원으로 1분기 대비 1.8% 증가했다, 반면 위험가중자산은 280조890억원으로 같은 기간 2.6%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말 수치와 비교했을때도 보통주자본 변화보다는 위험가중자산의 영향이 컸다.
특히 경상적인 위험가중자산의 증가뿐만 아니라 이례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CET1비율 13.22%에서 경상적 요인의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0.6%p 깎아내렸다. 이외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약 0.25%p와 1분기 ELS 충당부채 관련 운영리스크가 증가해 0.03%p 하락하는 등 총 0.4%p가 이례적인 위험가중자산 요인으로 작용해 CET1비율을 끌어내렸다.
금리 인하 등 변수 작용으로 주주환원 이행 '우려'
CET1비율은 하락했으나 하나금융은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2분기 주당 현금 배당금은 지난 분기와 동일한 주당 600원을 유지했다. 상반기에만 현금 배당금으로 주당 1200원을 지출됐으며, 총액은 1분기 1717억6000만원, 2분기에는 1697억4100만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하나금융은 연초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상반기에 조기 마무리하기도 했다. 매입한 자사주는 8월 전량 소각 완료하면서 보유 물량이 다시 시장에 나갈 가능성도 없앴다. 하나금융은 오는 4분기 기업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주가 그래프에서도 하나금융의 주주환원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 30일 하나금융지주는 전일 대비 1.75% 하락한 6만19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나 불과 며칠 전만 해도 1년 중 최고가인 6만93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연중 최저가인 3만8950원과 비교하면 주가는 60% 가까이 오른 셈이다.
통상 금융지주의 CET1비율 관리 목표는 13~13.5%다. 지난해 말 13.22%로 목표를 달성했으나 올 들어 지속 하락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하나금융이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자본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자본 주주환원 원칙을 세웠다. 계획 자체자 무산될 위기다. 지난해 말처럼 3분기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일지도 미지수다. 기업대출 등 우량 대출 자산 증가가 위험가중자산을 키울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이익잉여금이다. 이익잉여금은 사내에 유보된 부분으로 보통주자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이익잉여금과 기타 보통주자본을 구성하는 항목 증가율이 위험가중자산 보다 높아야 CET1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연말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면서 이자수익이 전년 대비 하락한다면 이익잉여금 증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지주 핵심인 은행의 주 수익원이 이자수익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금융은 지금까지 밝힌 주주환원책을 모두 성실히 이행하고 있으나 타 지주 대비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 공시도 늦다.
KB금융(105560)의 경우 지난 5월 우리나라 기업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냈으며,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자율공시를 통해 올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선제적 대출자산 증대와 원화 약세 기조 지속 등에 따라 보통주 자본비율이 하락했으나 규제비율 대비 충분한 자본 여력을 유지하고 있다”라면서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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