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명태균씨 측근이었던 E씨가 국회 국정감사 증언대에 서겠다고 밝혔습니다. E씨는 명씨와 10년가량 일했으며, 명씨 주선으로 김 전 의원실에서 비서관과 보좌관을 거쳤습니다. 김 전 의원과 명씨 관계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 내외까지 뻗은 명씨 영향력 등에 대한 구체적 증언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김영선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장이 2023년 4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씨는 26일 <뉴스토마토>에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정황과 관련해 국감장에 서서 증언하겠다"며 "그동안 김 전 의원과 명씨 등과 나눈 전화통화 녹음파일들도 모두 내놓겠다. 내가 아는 모든 진실을 숨김 없이 말하겠다"고 했습니다. E씨는 "<뉴스토마토>에 첫 제보를 할 때부터 (국감 증언을) 결심했다"면서 "김영선과 명태균 같은 사람이 다시는 정치판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고 싶다. 감옥에 가야 할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나는 떳떳하다"면서 "검찰 조사에도 변호사 없이 홀로 잘 대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돈을 명태균씨에게 전달하기 위해 책상 서랍에 돈을 넣어둔 사진. (사진=E씨 제공)
E씨는 무엇보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의 뒤바뀐 주종 관계를 가만히 두고 보기 어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E씨는 "공무원과 함께 회의하는 자리에서도 헤드(상석)에 명태균이 앉고, 김영선 전 의원은 옆자리에 앉았다"며 "그 자리에서 명태균이 김 전 의원에게 쌍욕을 해도 김 전 의원은 '난 괜찮아'라고 말했다.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욕설의 수위에 대해 "도무지 들을 수 있는 욕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E씨의 충격적인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명씨가 업무보고 차 김 전 의원의 국회의원 지역사무실을 방문한 창원시청 공무원들에게 김건희 여사와 통화한 음성 녹음을 스피커폰으로 들려줬다고 했습니다. E씨는 김 여사의 육성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오빠(윤석열 대통령)한테 전화 왔죠? 잘 될 거예요'라는 내용입니다.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직전 김 여사와 명씨 간 통화로, 경남 창원의창 국민의힘 후보 공천에 대한 윤 대통령 부부의 개입 정황이란 것이 E씨의 설명입니다. 김 전 의원은 연고도 없던 경남 창원의창에 국민의힘 후보 공천을 받았고, 무난하게 당선됐습니다. 이후 명씨는 공무원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해당 녹음을 여러 차례 들려줘, E씨는 정확하게 김 여사의 육성을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3일 E씨를 창원지검에 사기·횡령·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에 E씨는 "김영선의 완전한 거짓말이다. 김영선 지시에 따라 명씨에게 돈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진실을 가려보자"고 했습니다.
이는 E씨와 김 전 의원, E씨와 명씨 간 통화에서도 확인됩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김 전 의원이 자신의 세비 절반을 매달 명씨에게 주기로 약속한 정황과 함께 실제 돈이 건네진 통화 녹음을 공개했습니다. 돈의 성격과 관련해 E씨는 "명태균이 김영선 전 의원을 앞에 세워놓고 '의원님. 공천 어떻게 받으신 거 아시죠?' 00(명씨의 막내딸) 언급하며 '의원님이 평생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E씨 주장대로라면 공천에 대한 대가성이 충분히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민주당은 E씨의 뜻을 받아들여 10월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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