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무력충돌 '일촉즉발'…남북 긴장 '최고조'
적대적 두 국가론 이후 국경 '요새화' 수순
우발 충돌 가능성 주시…확전 이어질 수도
2024-10-14 16:40:43 2024-10-14 18:36:2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반복된 남북한의 강대강 대결 구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동시에 전방 포병부대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지시했고, 남측은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대비태세 강화와 '선조치 후보고 '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자칫 우발적 군사 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북한이 9일부터 남한과 연결된 도로·철길을 단절하고 방어 구조물을 구축한다고 밝힌 가운데 10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북한 황해도 개풍군 북한군 초소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 '무력충돌' 시나리오까지…남, '선조치 후보고'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경의·동해선 폭파 준비 정황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은 경의선 및 동해선 철로 철거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는데요.해당 도로에 폭약을 매설하는 등 폭파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것으로 확인됩니다. 북한 측이 철로 철거 작업만 마치면 언제든 도로 폭파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적대적 두 국가론'을 꺼내든 뒤로 남한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도 등을 차단해 온 바 있습니다. 군사분계선(MDL) 인근에는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세우고 지뢰를 매설하는 동향도 확인됐습니다.
 
지난 9일에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 령역(영역)과 대한민국 령토(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면서 남쪽 국경을 영구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공식화했습니다. 
 
이때 총참모부는 "예민한 남쪽국경 일대에서 진행되는 요새화 공사와 관련하여 우리 군대는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부터 9일 9시45분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하였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사실상 남한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대선을 앞둔 미국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과의 단절에 그치지 않고 남쪽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까지 지시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2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측 무인기의 평양 침범과 관련해 "우리는 국경선 넘어 대한민국발 반공화국 정치 선동 쓰레기를 실은 무인기가 두 번 다시 공화국 영공에 침범할 때는 그 성분을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 보복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히며 '끔찍한 참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한 뒤의 행동입니다. 
 
총참모부는 남측의 무인기가 국경을 다시 넘을 경우 타격하는 상황과 타격 이후 무력충돌 확대 상황까지 가정해 각급 부대에 대처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우리 군도 이날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북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대응했습니다. 
 
이 공보실장은 "북한이 도발하게 되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며 "군이 선조치 후보고하고 강력히 대응하도록 하는 훈련과 지침들은 하달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대북 전단. (사진=뉴시스)
 
"한반도 안전핀 빠진 상황…언제든 확전 가능성"
 
남북의 군사적 긴장은 거친 말 폭탄에서도 반복되고 있는데요.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서울의 깡패들은 아직도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속히 타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도발 행위의 재발 방지를 담보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주장하는 무인기의 실체에 대해 공개하고 있지 않은데요.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3일 KBS 인터뷰에서 "확인해 준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우리 내부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거 같으면 전쟁은 일으키지 못한다"고 직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말 폭탄이 우발적 충돌에 더불어 확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양측이 말 폭탄을 주고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피로감을 느끼는 건 접경지역 군인들"이라며 "그 피로감이 결국엔 안전사고나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말 폭탄이 행동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충분한데, 통상 국가인 우리에게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의 책무가 높다"며 "경제 규모로도 잃을 게 많은 우리가 국익을 기반으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전쟁이라는 건 의도된 것도 있지만, 우발적으로나 오판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라며 "현재 양측은 언제든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로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 전 원장은 또 "만약 민간인이나 악의적 의도를 가진 단체가 무인기를 올려보낸다면 남북한 전쟁을 촉발 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격발 장치에 9·19 남북 군사합의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진 영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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