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유정 인턴기자]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야기한 국민의힘의 계파 갈등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폭발했습니다. 특히 12·3 비상계엄 당일의 텔레그램 전문과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비공개 의원총회 녹취까지 등장하는 등 계파 갈등이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는데요. 윤석열 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계파갈등은 파국으로 치달을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2·3 계엄으로 확인된 '현주소'
20일 여권에 따르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이 본격화한 건 이른바 '윤·한 갈등'의 여파입니다.
지난 7월 전당대회 당시 한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을 두고 친윤계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습니다. 한 전 대표는 취임 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문제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문제는 물론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 인적 쇄신을 공개 건의하며 윤 씨와 맞섰습니다. 이에 친윤계는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 씨 부부를 비판하는 글이 수백 건 올라왔다며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맞대응했습니다.
계파 간 진흙탕 싸움은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일부분만 공개되던 국민의힘 의원 108명의 텔레그램은 언론을 통해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담은 전문이 공개됐고,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비공개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는 녹취까지 등장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텔레그램 전문을 보면 친윤계와 친한계의 엇갈림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윤 씨의 비상계엄 직후 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은 바로 국회 소집한다는데 우리는 어찌해야 하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3일 23시 3분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별도의 입장 표명없이 비상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로 공지했습니다. 하지만 6분 뒤인 23시 9분, 추 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장소를 다시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합니다. 반면 23시 24분 친한계인 주진우 의원은 국회로 모이라는 한 전 대표의 메시지를 공유했습니다. 다시 23시 33분 추 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바꿨고, 4일 0시 3분에 다시 당사로 의원총회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이 사이 친한계 의원들은 "담을 넘어서라도 (국회로) 와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친윤계 의원들은 "국회 출입 불가능해 중앙당사에 모여 있다"며 추 전 원내대표의 지시를 따랐습니다. 결국 한 전 대표와 추 전 원내대표의 지시는 계속해서 엇갈렸고,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에 불과했습니다.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명확하게 드러난 건 지난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였습니다. 이때 친윤계 의원들은 '탄핵 반대' 당론에도 탄핵소추안에 대한 찬성이 12표가 발생하고 무효·기권이 11명이 발생한 걸 문제 삼으며 '한동훈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친윤계 A 의원은 "한동훈 대표님이 더 이상 당 대표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부적절하다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서 그만 두셔야 된다고 생각한다. (탄핵안이) 누구 때문입니까"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한 전 대표가 "비상계엄을 제가 한 게 아닙니다"라고 받아치자 고성이 쏟아졌고 이 과정에서 물병을 던진 의원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이상휘 위원장은 "한 의원이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물병을 자기 자리에서 내리쳤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탄핵소추안 찬성에 대한 색출 시도도 있었습니다. 한 의원이 "한 명씩 일어나 찬반, 기권 등을 밝히자"고 압박했다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할 당시에도 거수로 결정하며 탄핵 찬성파 의원들을 압박하려 했다고 합니다.
한 전 대표가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자 친윤계 의원 중 한 명은 "도라이 아냐"라고 했고, "저런 놈을 갖다가 법무부 장관을 시킨 윤석열은 제 눈 지가 찌른 거야"라고 말한 의원의 발언도 공개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탄핵 인용 땐 '파국'
비공개 의원총회 발언까지 여과 없이 공개되면서 계파 간 불신은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8일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을 위해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는 텔레그램 유출을 둘러싼 의원들의 성토가 주를 이뤘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관련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총이라는 중요한 회의가 그대로 유출된 것은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경고했습니다.
당의 분열이 격화하고 있는 건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를 겪은 당 중진들과 초·재선 위주로 구성된 친한계의 괴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당시를 경험한 당 중진들은 명백한 내란 사태에도 불구하고 '보수 궤멸'만을 거론하며 친한계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인물도 없는 데다, 만약 윤 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가 인용한다면 계파 갈등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친윤계와 친한계의 계파 갈등을 넘어 당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보다 중요한 건 당 자체의 존립 문제"라며 "20%대 지지율이 나온다고 하지만, 이대로 가면 언제까지 유지될 지 모른다"고 꼬집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김유정 인턴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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