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청구 간소화 해보니...서류 제출 그대로, 대기 시간 일주일
10만원 이하 소액건만 간소화
입퇴원·통원 확인서, 보험사 직접 제출해야
2024-10-28 14:31:23 2024-10-28 16:17:37
[뉴스토마토 유영진 인턴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졸속 시행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청구액이 10만원을 넘거나 입원비를 청구할 때는 소비자가 진료확인서, 입·퇴원확인서 등을 병원에서 직접 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합니다.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병원도 극히 제한적인데요. 트래픽 과부하를 이유로 병원 검색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을 두고 있어 실시간 청구가 불가능합니다.
 
10만원 이하 소액만 가능
 
실손보험금을 진단서 등 종이 서류 없이 스마트폰으로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는 지난 2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실손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가 '실손24'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요청 시 요양기관(병의원 및 약국)이 보험금 청구 서류를 보험사에 전산 전송하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실손24에 회원 가입을 하면 가입한 보험계약, 이용 병원, 진료 일자 및 내역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청구서를 작성하고 전송하면 실손24에서 병원과 보험사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고, 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입니다.
 
최근 종합병원에서 MRI를 촬영한 기자가 실손보험을 청구하려고 실손24를 접속해봤습니다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10월25일 이후 진료 내역만 조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25일 이전 진료 내역은 조회되지 않아,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청구액이 10만원을 넘어서면 진단서와 통원확인서 등이 필요하고, 입원한 경우에는 진료확인서, 입·퇴원확인서 등을 보험사에 별도 제출해야 합니다. 간소화 서비스 시행 이전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병원 검색도 며칠 걸려
 
실손24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더라도 보험 조회, 진료 내역 등 모든 기능을 이용할 때마다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는 점도 번거롭습니다.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보험신용정보조회서'를 발급받은 적이 없다면 실손24에서 보험계약 등을 조회할 수 없습니다.
 
실손24 홈페이지나 앱에서 본인이 내방한 병원을 검색하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실손24 홈페이지 안내글에서는 '병원을 찾는 데 2~3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공지돼 있습니다. 또한 '내가 다녀온 병원 찾기는 일주일에 한번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용자가 실수로 지역이나 병원을 잘못 선택해 조회하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실제로 기자도 25일에 진료받은 병원을 검색하다가 지역을 잘못 입력했는데요. 안내창에는 '다녀온 병원 찾기 다시 가능일시'가 11월1일 10시41분이라고 나와있습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병원을 검색할 경우 병원 웹 트래픽에 무리가 가서 일주일 제한을 걸어달라고 요청했다"며 "향후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후에 일주일 제한을 조금씩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저조한 병원 참여율
 
기자가 진료받은 병원은 10층 규모의 종합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실손 청구 간소화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실손24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은 수도권 98곳, 비수도권 112곳 등 총 210곳입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실손 청구 간소화 참여 확정 병원 수 733곳보다 훨씬 낮은 수치인데요. 소비자가 진료받은 병원이 청구 간소화에 참여해도 실손24와 연계되지 않으면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금융위가 발표한 실손 청구 간소화 참여 병원은 상급병원(47곳), 종합병원(214곳), 병원(342곳), 요양(59곳), 정신(3곳), 치과(16곳), 한방(18곳) 등 총 733곳에 달하지만 참여 대상 병원 4235곳의 20%도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보험 청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병원(32.7%)이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병원은 1402곳 중 342곳에 불과합니다.
 
아직까지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은 병원 입장에서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도입 비용이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을 고민하는 분위기 입니다. EMR은 환자의 인적 사항, 병력, 진찰 결과 등 진료 정보를 전자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대형 병원은 자체 개발한 EMR을 사용하고 있지만 EMR 개발이 어려운 중소형 병원은 상용 EMR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원내에 도입해야 합니다.
 
보험 청구 비중은 병원이 32.7%로 가장 높지만 실손 청구 간소화 참여 병원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유영진 인턴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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