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집회의 자유’ 침해…법원도 “최대한 보장이 원칙”
부산 대학생들 농성하다가 당국에 연행…경찰 200명 투입 논란
경찰, 민주노총 '윤석열정권 퇴진' 집회 참가자 15명 체포·구속
2024-11-14 15:02:03 2024-11-14 15:02:03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민주주의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의견이 모여서 발전이 이뤄져 나가는 제도입니다. 때문에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 민주주의 사회 유지의 근본이 되는 기본권입니다. 그런데 최근 집회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경찰의 과도한 통제와 진압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부산 국립부경대에서 학내 정권 반대 운동을 금지한 학교 측에 대해 농성 중이던 대학생 8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난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으로 학생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는데, 투입된 경찰이 200명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과도한 진압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정치적 목적의 시설물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학칙을 근거로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을 불허했다고 밝혔으나, 이 학칙은 이미 지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해 개정과 삭제를 권고한 바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학칙으로 학생들의 헌법상 권리를 막은 셈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학생들은 오히려 자진해서 나가려 했는데 학교 측이 정문을 잠그고 나가지 못하게 하는 사이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정권에서 집회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대표적으로 이명박정부 시절이었던 2008년 대규모 시위를 막기 위해 세종로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이름 붙여진 ‘명박산성’이 있습니다. 이후 2009년에는 경찰버스로 서울광장을 둘러싸 시민의 통행을 제지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통행제지행위에 대해 서울광장에서 개최될 여지가 있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일반시민들의 통행조차 금지하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라고 지적하면서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므로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했습니다.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 등이 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윤석열정권 퇴진 운동본부와 민주노총이 주최한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주말 민주노총이 주최한 윤석열정권 퇴진 집회에서는 경찰은 11명을 체포하고 4명에 대해서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했습니다. 집회가 노조의 지시 아래 조직적이고 사전에 계획된 불법집회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가 이미 수집됐고 도망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무리한 영장 신청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경찰은 이번 집회가 신고 범위를 넘어선 불법집회였고 정당한 진압이었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신고제도를 둔 취지에 비춰 집회가 신고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신고 내용과 실제 상황을 구체적·개별적으로 비교해 전체적·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입니다. 즉, 뚜렷이 신고 범위를 벗어나야 하고 현저한 일탈이 있더라도 현장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이고 집회에 대한 허가는 헌법에 금지되어 있다는 점, 집시법상 신고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집회의 신고는 행정관청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공공질서 유지에 협력하는 의미가 있을 뿐 집회의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헌법정신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경찰의 현장 대응이 중요한데요. 집회에 대한 제한 조치는 최소한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학생들이 크게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요. 일부 학생들이 취업박람회 현장의 집기와 시설을 파손하고 직원을 감금하는 등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시위는 명백히 집회의 자유가 보호하는 범위를 넘어 집시법에 위반되므로 공권력이 행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폭력을 동반한 집회는 보호받을 수 없는 겁니다.
 
헌재는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집회의 허가제를 금지하는 이유는 집회의 자유가 소수집단이 권익과 주장을 옹호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수 보호를 위한 중요한 기본권이고,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 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집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찰권의 행사는 어떤 성향의 집회에 대해서든 평등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자의적이고 과도한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질서유지를 해야 할 것입니다. 집회를 주최하거나 참가하는 시민들도 다른 시민들이 일정 부분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다른 사람의 권리나 공익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집회를 진행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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