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최근 비상계엄 선포 때 군인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처 요령을 알려준 아버지의 통화 내용을 입수했습니다. 통화 속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 목숨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는데요. '비상계엄'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아들의 신변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당시 통화 내용을 들은 이들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아버지 A씨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해줬습니다. A씨는 지난 3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오후 10시40분쯤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게 됐다고 했는데요. 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전방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아들이었다고 합니다.
계엄 소식을 들은 후 어떻게 될지 몰라 아들에게 몇 번이고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아 걱정만 더 커졌다고 하는데요. A씨의 아내도 군인 아들 걱정에 발만 동동 굴렀다고 합니다.
그러다 4일 자정 때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때부터 아버지와 아들의 통화가 시작된 것인데요. 아버지 A씨는 당시 통화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계엄시 조심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줬습니다. "너 잘 들어야 돼. 너 목숨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고. 민간인을 공격하거나 살상하는 행위는 절대 하면 안 돼. 알았어?"
A씨의 아들은 전방에 있는 모 사단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아버지의 당부에 아들은 계속해서 "네"라고 답할 뿐이었습니다.
A씨는 거듭된 당부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데요. 아들에게 "계엄시의 군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며 대처 요령을 또다시 설명했습니다. "너 소대원들 잘 다루고. 무엇보다 너 목숨 잘 챙기고, 절대 민간인들 해치는 행위 하지마. 엄마한테 빨리 전화해 지금. 엄마 걱정 안하게 말 잘하고."
아버지는 통화를 마치고 난 뒤 한 번 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A씨는 당시 통화에서 "아들은 실감이 안 났는지 계속 '예', '예' 대답만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당시 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어서 아들에게 대처 요령을 알려줬지만 아들이 다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며 "당시 저 역시 너무 당황스런 상황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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