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어도 금융 옥죄기 계속
2024-12-17 06:00:00 2024-12-17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권의 걱정은 여전합니다. 누가 정권을 잡든 옥죄기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민주당은 가산금리 산정 내역 공개뿐만 아니라 횡제세 도입 등 금융권을 겨냥한 법안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하는 만큼 '이자장사' 비판과 상생금융 압박은 방법과 수위가 다른 방식으로 지속될 전망입니다. 
 
'상생금융' 압박 이어질듯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현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입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은 공공재', '돈 장사' 등의 표현을 쏟아내며 금융권을 압박해왔습니다. 
 
고금리 시기에 도래하면서 국민들은 금융 부담에 허덕이는데 은행 등 금융사들은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이자장사로 돈장치 한다는 비난입니다. 금리 정책 개입과 조 단위의 상생금융 마련 압박의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국과 은행권은 현재 자영업자를 위한 '상생금융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은 지난달 은행권에 자율적인 채무조정과 자금지원 등 상생안을 주문했고, 수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이르면 이달 안에 내놓기로 약속했습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자영업자 금융 지원은 여야 이견이 없고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방향성에 변화가 생기거나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금융권은 총선 이후 탄핵 정국 이후 금융권 옥죄기가 심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 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직원들에게 당부사항을 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금융위원회)
 
다른 관계자는 "당초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할 줄 알았던 현 정부도 이장장사 비판을 내놓으며 금리 등 금융사 경영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은행 옥죄기가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민주당은 하반기 들어 은행 대출 가산금리 산정 내역을 공개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했었습니다. 서민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가산 금리를 법으로 정한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아니었다면 민주당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 
 
대출금리는 보통 조달금리(기준금리)에 은행이 산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요. 가산금리는 은행의 목표 이익에 맞춰 그때그때 조정이 가능합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지난달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가산금리는 평균 연 3.09~4.39%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기준금리를 더하고 가감조정금리를 뺀 최종 대출금리는 평균 연 4.97~5.63%입니다.
 
'수익구조 개선' 규제 완화 글쎄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도 현재 자율 규제인 '대출금리 모범규준'의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 골자입니다. 개정안은 가산금리에 업무 원가·목표이익 등을 반영하되, 교육세·지급준비금·법정출연금 등은 포함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은행이 영업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대출 차주에게 전가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입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월부터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가산금리 항목에서 빼기로 했지만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권을 짓누르고 있는 최대 쟁점은 이른바 '횡재세'입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금융사의 순이자이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까지 기여금으로 징수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상생금융'을 내놓는 선에서 매듭지었습니다.
 
정권이 교체하더라도 횡재세 도입 등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ATM기 모습. (사진=뉴시스)
 
이자이익에 기대고 있는 수익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또한 요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은행법상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비금융사의 지분을 각각 5%와 15%까지만 소유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은 줄곧 투자 제한 빗장을 풀어 혁신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금융당국도 현 정부 내내 금산분리 완화 논의에 대해 줄곧 운을 떼었습니다. 다만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지난 2년 내내 답보 상태입니다. 민주당 강령에는 "금산분리 원칙을 견지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경제적 피해는 억제시킨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금산분리 완화를 강하게 반대했던 박홍배 전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등 노조 출신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한 만큼 야당의 반대 입김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되면) 반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규제 완화 논의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동의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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