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시대)③생태계 조성이 핵심…"일자리 감소 보완책도 절실"
성장성 인정하지만 난제 적지 않은 푸드테크 산업
산업 주체들이 역량 펼칠 수 있는 생태계 마련이 핵심
부작용 최소화하는 보완책도 동반돼야
2024-12-23 15:00:00 2024-12-23 15: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전문가들은 '푸드테크(Food-Tech)' 산업을 두고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우리 식품·외식 업계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난제들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푸드테크가 우리 경제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력, 기업, 조직 등이 충분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 마련이 핵심이라고 진단하고 있는데요. 특히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은 필수라는 분석입니다. 아울러 이 같은 전면적 푸드테크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 마련 역시 동반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국가 산업으로 육성…"정부가 올바른 판 깔아 줘야"
 
푸드테크를 국가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주체가 활발히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실증에 나설 수 있는 판이 깔려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산발적으로 개발이 이뤄져 세계 시장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푸드테크 육성과 지원을 위한 근거법이 제정됐습니다. 이 법은 푸드테크에 대한 정의와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 통계 작성, 전문 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단 푸드테크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토대는 마련된 셈입니다. 다만 제도 마련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규격 및 기준 정비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신중섭 국회입법조사관은 "푸드테크 시장 확대를 위한 규제 개선과 각종 규격·기준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식품 위해를 예방하기 위해 식품 규격과 기준, 안전 지침 등을 빈틈 없이 마련해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조사관은 "비건, 식물성 대체육, 세포 배양육 등 대체 단백질 식품의 표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축산물과 대체육의 사용·혼용 문제 등이 향후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표시·광고의 세부 기준을 면밀하게 준비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푸드테크 기술이 접목된 조리 로봇 등 식품 기기의 규격과 안전 등에 대한 인증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자리 감소·맛의 균일화 우려…반작용 보완책 절실
 
푸드테크 산업은 인공지능(AI), 정보통신(IT)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접목되다 보니, 인력 기반 산업과 대척점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푸드테크 시장 파이의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집약형 일자리 감소 문제도 되짚어봐야 합니다. 단순 서빙 일자리의 감소 추세는 피하기 어렵다 해도, 이에 대한 중장기 측면의 보완책은 수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백승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교수(한국농식품정책학회장)는 "과거 산업혁명으로 사람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게 됐다. 푸드테크도 결국 높은 기술력으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이런 역사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일자리가 감소하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푸드테크 활성화로 인해 없어질 수 있는 일자리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산업의 생산성, 효율성에만 관심을 쏟을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해 새로운 기계를 핸들링하고 기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맛의 균일화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조리 과정을 전면 자동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요리의 경우 창의성도 중요한데, 이는 사람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같은 기기에서 맛의 질이 균일화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맛의 획일화가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며 "레스토랑이 달라도 같은 기기를 사용하면 맛이 비슷해지기 쉽다. 식품·외식 업계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손맛'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가 분야를 잘 분류해 선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는데요.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푸드테크 산업 내에서도 시장 선점과 기술력 향상 속도에 따라 지원책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면서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머신 시장의 경우 정부가 지원 사업을 당장 확대해 중국산 저가에 밀리지 않도록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반면 기술 난이도가 있어 상용화까지 시일이 걸리고 대량 생산이 어려운 푸드테크 분야는 중장기적인 지원책을 설계해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우수급식 외식산업전'에서 시민들이 로봇 조리실 자동화 모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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