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현대해상과 AXA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보위는 이들 보험사가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며 적법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마케팅에 이용했다며 92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보험사들은 소비자의 선택 변경을 유도하는 팝업창 등 문제 소지가 있는 사항을 과거 조치 완료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보험사에 과징금 철퇴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해상(001450)과 AXA손해보험은 개보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국무총리 산하의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 주체의 권리 침해에 대한 조사'를 사무 영역의 하나로 두고 있습니다. 조사를 거쳐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 또는 과태료 부과를 의결하고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개보위는 지난 12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판매 12개 손해보험사에 대해 제재처분을 내렸습니다. 현대해상에 과징금 61억9800만원, AXA손해보험 27억1500만원, 하나손해보험 2억7300만원, MG손해보험 2170만원,
롯데손해보험(000400) 540만원 등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개보위에 따르면 4개 보험사는 팝업창에 '상품 소개 항목에 동의'라는 모호한 문구만 기재했기 때문에 고객들은 마케팅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수집 등에 동의한다는 걸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이용자가 재유도 팝업창에서 '확인' 버튼을 누르면, 개인정보 수집·이용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및 광고성 정보 수신을 모두 승인한 것으로 처리됐습니다.
개보위는 4개 보험사에 이용자에게 동의 변경을 유도하는 팝업창을 운영하면서 적법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했다며 제재처분을 내렸다. 사진은 개보위가 발표한 보험사들의 위반행위 관련 재유도 창의 모습.(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보험사 "개보위 징계 억울"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에 따르면 소비자가 이미 선택·결정한 내용에 관하여 그 선택·결정을 변경할 것을 팝업창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방법은 금지됩니다. 해당 조항은 지난 2월13일 신설됐는데요. 개보위는 지난 2022년 7월에 있었던 현대해상의 재유도 팝업창을 지적했는데, 현대해상은 법률 신설 전 해당 문제를 개선했다는 입장입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팝업창을 사용한 기간과 사용하지 않은 기간에 동의율 차이가 거의 없다"며 "고객들을 호도해 고객이 팝업 선택 동의를 했다면 숫자가 급증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해상과 AXA손해보험은 행정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적사항은 지난해 모두 조치 완료했으며 개인정보 유출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제재내용은 법률적으로 검토한 결과 과도하다고 판단되어 행정 소송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AXA손해보험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받았고 과징금 규모가 크다고 판단해 행정소송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개보위에서 과징금 관련 의견서가 나오면 방향을 확정 지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임규철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동의·미동의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이유로 수십억대의 과징금을 부여하는 건 흔치 않은 사례로 보인다"라며 "한번 내린 제재 처분은 낙장불입이기 때문에 행정소송 외에는 방편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개보위 관계자는 "보험사가 개인정보 동의를 마케팅에 불법 사용했다"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2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판매 12개 손해보험사에 대해 총 92억77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진은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제21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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