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벌써 30년도 훌쩍 넘은 일입니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간간이 찬바람이 섞인 3월이었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교수는 다리를 절뚝이며 강의실로 들어섰습니다.
“반 대표 누구야? 너네들은 선생 대우를 이렇게 밖에 못하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노교수는 호통만 남긴 채 곧바로 나가버렸습니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한 채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첫 수업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 다음주 수업. 반 대표는 교탁 옆에 책상을 정성스레 옮겨 놨습니다. 지금 대학 강의실 개인 책상은 어떤지 몰라도, 당시엔 앉으면 A4 용지 하나 정도 겨우 놓을 수 있는 일체형 책상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황토색 책상 위에는 ‘컨닝’을 위한 온갖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반 대표는 그나마 깨끗한 책상을 찾아서 휴지에 물을 묻혀 이리저리 닦아 정성스레 선생님의 책상을 마련했습니다.
수업은 그제서야 시작됐고, 반전은 이어졌습니다. 강의는 ‘신문학 원론’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전혀 상관없는 주제가 펼쳐졌습니다.
“모두들 따라해 본다. 시또양” “시또양” “더 크게, 또박또박&rd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