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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14일 17: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2025년 새해를 맞은 증권업계가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이후 지속된 위기와 악재 속에서 증권사들은 생존을 위해 혁신과 치열한 경쟁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증권업계의 신사업 추진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고, 한국 증권업의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요즘 증권업계에서는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전략이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 중소형사는 전통 기업금융(IB)을 강화한다. 조직을 개편하거나 기존 강점을 가진 조직과 협업을 추진해 사업 역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형사는 기존 보유한 금융업 역량을 키우면서 공개매수 주관시장을 선점 중이다.
중소형사 잇따라 전통IB 강화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030610)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기업금융(IB) 부문의 구조화금융본부와 투자금융본부를 구조화투자금융본부로 통합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기존 부채자본시장(DCM)본부를 해당 통합 본부 산하로 이동하는 것이다. 기존 DCM 주관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유동화증권 확약 업무와 같은 연계영업을 통해 역량 강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사진=교보증권, LS증권, SK증권)
DCM에서 교보증권은 금융채 주관에서 명성이 높다. <IB토마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중소형사임에도 주관순위 9위를 기록했다. 주관 건수는 14건으로 경쟁 증권사 대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굵직한 회사채 주관으로 당당히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교보증권의 DCM조직 이동은 전통IB 역량 강화가 주된 목적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회사채 주관을 넘어 다소 위험부담을 지더라도 부동산 채권, 유동화 시장에 진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통합되는 기존 구조화금융본부는 교보증권에서 부동산 금융 솔루션 업무를 담당했다.
교보증권과 같은 전통IB 강화 행보는 특히 올해 중소형사 조직개편의 핵심이 되고 있다. 기존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한 IB의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전통IB 진출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LS증권(078020)은 기업금융조직을 IB1사업부로 격상하고 산하에 기업금융본부와 종합금융본부를 두기로 했다. 기존 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비롯한 기업금융 조직 규모를 키우고 주요 사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SK증권(001510)도 대표이사 직속으로 IB 총괄을 신설하고 기업금융사업부를 이끌던 유성훈 부사장을 IB총괄로 선임했다. IB 조직도 확대하면서 기업금융1본부 산하에 기업금융4부, 구조화본부 산하에 멀티금융2부, 신기술투자본부 산하에 신기술투자2부를 새롭게 배치했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금융 비중이 큰 증권사들이 전통IB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경쟁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라며 "현재 시장은 자본력이 있는 기업이 수익을 올리는 상황으로 수익성 양극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사 공개매수 시장 개척 나서
대형사는 신사업 개척에 나서고 있다. 기업 공개매수 주관 시장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3년 하이브의 에스엠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선언부터다.
당시
하이브(352820)의 사무 취급은
삼성증권(016360)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시장을 달군 이슈인 만큼 두 회사의 지분 인수전은 치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이후 최후 승리는 하이브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아닌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삼성증권은 하이브의 자문 수수료로 30억원 내외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도 해당 거래에서 15억원의 자문 수수료를 수취했다. 통상적으로 기업공개(IPO) 주관에서 200억원~300억원 규모 수수료가 10억원 내외임을 감안하면 중형급 IPO 2~3건의 수익을 공개매수 자문 1건으로 올린 셈이다.
현재 공개매수 시장에서 가장 높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005940)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진행된 공개매수 건수 20건 중 12곳의 주관 업무를 맡았다.
NH투자증권은 윤병운 대표가 추진하는 자문서비스가 그 출발점이다. 기업 단순 자문부터 채권발행이나 유상증자, IPO 등 전방위에 걸친 자금 조달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의 사업구조가 시장을 선점했다.
NH투자증권은 오스템임플란트의 1, 2차 공개매수를 주관해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에 각각 1조7000억원, 2495억원의 인수금융을 제공했고 루트로닉 공개매수 1, 2차에서도 한앤코에 각각 6172억원, 1108억원의 인수금융을 제공했다. 당시 약 2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공개매수 주관의 화룡점정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010130) 건이다.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 자금으로 MBK파트너스에 1조4906억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했다. 연이율 5.7%에 9개월 차입 조건이다. 이를 통해 NH투자증권은 단숨에 640억원의 이자 수익을 기록했다.
(사진=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사실 공개매수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대형사가 중심이다. 온라인 서비스 구축이 쉽지 않아서다. 현재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정도다. 이마저도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2024년 초, KB증권은 2024년 하반기 들어서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종합금융투자사 진출에 성공한 대신증권이 해당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통IB나 부동산금융의 경우 중소형사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라며 "하지만 공개매수 주관의 경우 인프라 구축과 공개매수에 필요한 금융 자문 서비스 역량이 필요해 대형사 위주의 시장 형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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