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메리츠증권, '수수료 0원' 카드 꺼내든 이유는
국내외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로 예탁자산 3조원 돌파
메리츠만이 가능한 전략…시장 판도에 영향 미칠 것
2025-01-14 06:00:00 2025-01-14 09: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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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강화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수수료 완전 무료'라는 카드를 꺼내든 지 한 달도 안 돼 9300억원이던 예탁자산이 2조원을 넘어섰다. 연말에는 3조원을 돌파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경쟁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리테일 강화에 증권업계 긴장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메리츠증권의 온라인 전용 투자계좌 ‘Super365'의 예탁자산은 3조446억원이다. 지난해 11월 말 1조2903억원에서 한 달여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의 ’Super365’는 지난 2023년 2월 사내 디지털플랫폼본부 신설 이후 처음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강화를 천명하며 국내·미국주식 거래와 달러 환전에서 수수료 무료를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2023년 2월 출시 당시 15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디지털플랫폼본부 예탁자산은 2024년 9월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이 기세를 몰아 지난해 말 3조원을 돌파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이 리테일 강화에 나설 때만 해도 업계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기존 브로커리지 시장은 이미 과점을 형성하고 있었고 거래 편의성을 앞세운 토스증권과 같은 신규 핀테크 업체까지 가세해 혼전 양상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과도한 경쟁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수수료 0'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은 놀랍지만 아직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부문이 크지 않은 만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대형 증권사들이 출혈 경쟁을 이어간다면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리테일 강화 이면엔 사업포트폴리오 전환
 
메리츠증권의 브로커리지 부문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괄목할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성장성에 비해 수익 측면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부문 순이익은 280억원으로 전체 당기순이익 5452억의 5.13%에 불과하다. 이는 메리츠증권이 주력으로 하는 기업금융(IB)이 기록한 2340억원, S&T(Sales&Trading) 부문의 191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수수료도 같은 기간 566억원으로 전년 694억원과 비교해 성장세는 미미하다. 
 
경쟁 증권사와의 비교에서도 같은 기간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카카오페이증권(102억원)의 5분의 1에도 못미친다. 중소형사인 유진투자증권 17억원, 교보증권 1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브로커리지 사업 확대는 눈앞의 수익보다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반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S&T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온 장원재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리테일 부문 강화를 강조해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수수료 완전 무료는 단순 수수료 경쟁이 아닌 IB 역량을 접목한 차별화 전략"이라면서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신임 대표이사 (사진=메리츠증권)
 
꽉 막힌 고위험 투자, 포트폴리오 전환 이끌어
 
메리츠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승부사로 통한다. 다소 위험한 딜에도 뛰어들어 결국 이익을 내는 노련함 때문이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대형 증권사가 나서지 않는 '메자닌(Mezzanine)' 투자에서 명성이 높았다.
 
(사진=메리츠증권)
 
메자닌이란 채권형태로 발행되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우선주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메자닌 투자 시 투자자는 기업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으로 이자와 만기상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의 메자닌 투자는 지난 2023년부터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견제에 막혔다. 특히 이화전기(024810)가 발행한 BW 투자과정에서 메리츠증권 전 임직원이 거래 정지 전 미공개 정보를 취득해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해당 사업은 종료됐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채권자본시장(DCM)에도 오랜만에 이름을 올렸다. 2000억원 규모 KDB생명의 회사채 발행과 후순위채 인수에도 뛰어들었고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 회사채 인수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쟁쟁한 DCM 경쟁 증권사에 밀려 사업 확대는 미완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체력 비축이 리테일 강화에 숨은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됐지만 마냥 퍼주기만 하는 기업은 없다"라며 "현재 메리츠증권이 제시한 예탁금 이용 요율도 적금 금리에 준하는 수준인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재원을 이용한 수익 창출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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