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석 에너지원으로의 귀환 방침을 밝혀 그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립니다.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감과 함께 불확실성 우려 등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공존하고 있는데요. 에너지업계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규제 해소로 인한 트레이딩 등 비즈니스 확대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20일(현지 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사를 통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천연가스 등에 대한 시추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물가를 내리고 전략비축유를 다시 가득 채우며 미국 에너지를 전세계에 수출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며, 우리 발 밑의 이 ‘액체 금’(석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가스·석유 생산 확대를 뜻하는 대선 구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를 되풀이하며 이 같은 방침을 강조했는데요. 이후 파리 기후변화 협정 재탈퇴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화석 에너지원 활용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석유 산업 지원책도 나올 수 있습니다. 원유 시추 사업 등 업스트림부터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다운스트림까지 전반적으로 활기가 돌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미국 내 시추가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시추 참여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도 들립니다. 최근 SK어스온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64㎞ 떨어진 15-2/17 광구(해저)에서 원유를 발견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습니다.
미국이 석유와 가스를 대량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면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입국인 우리나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 원유가 늘어나면 원유가가 하락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중동 원유가도 하락 가능성이 있어 전체적인 에너지 원유 수입 가격에 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원유 증산 예고에 국제유가가 하락했는데요.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0.8% 하락한 배럴당 80.1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오전 기준 1.4% 내린 76.79달러로 움직였습니다.
미국의 원유 시추기 (사진=뉴시스)
또한 일각에서는 원유 증산에 따라 가격이 안정화되면 장기적으로 정제마진이 상승해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 정제마진은 5달러 안팎 수준으로 횡보중인데요. 정유업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들고 나와 태양광과 전기차 기업이 수혜를 입은 것처럼 화석 연료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는 화석 연료 산업의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조심스런 입장도 없지 않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입과 제품 판매는 약간 좀 다른 개념으로 정제마진은 글로벌 수요 공급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트럼프 이슈로 정제 마진이 좋아질거라고 보는 것은 기대감”이라며 “트럼프가 증산하겠다는 것은 원유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이후의 영향을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1기 중반,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자 정제마진이 하락한 사례도 있습니다.
반면, 에너지업계는 점점 커지는 북미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패권’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 당시 환경보호 이유로 중단됐던 새로운 LNG 수출 프로젝트를 재가동하면 글로벌 공급이 확대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수월해집니다. 이에 국내 업체는 수입처 다변화가 가능하게 돼 다양한 사업 확대를 노려볼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미국의 LNG 수출량 증가에 따라 국내 업체인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K E&S의 반사이익도 기대되는데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LNG 자가수요를 제외한 연계수요물량을 56만톤에서 2030년까지 200만톤으로 늘린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미국의 LNG 수출에 따른 공급량 다변화와 가격 인하 등의 전망은 호재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확보한 LNG 물량을 토대로 벙커링 등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SK E&S도 미국 프리포트 LNG를 통해 LNG 거래량 20%를 조달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정부의 화석 에너지원 확대 방침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 LNG터미널.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LNG 수출량이 늘어나면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측면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수 있다”며 “미국의 LNG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과 국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으로서는 신속하게 시장에 뛰어드는 등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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