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연구진이 아연(zinc), 세린(serine), 분지사슬아미노산(BCAA)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3가지 영양소의 조합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영양소를 저용량으로 함께 투여했을 때, 자폐 행동을 보이는 생쥐에서 뇌 신호가 정상에 가까워지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는 12월2일자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실렸습니다.
대만 연구진이 아연, 세린, 분지사슬아미노산 등 3가지 영양소의 조합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열린 발달장애 청소년 초청 체육 행사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연구는 대만 아카데미아 시니카(Taiwan Academia Sinica)의 황쯔난(Tzyy-Nan Huang) 박사와 린밍후이(Ming-Hui Lin) 박사 연구팀이 주도했습니다. 연구진은 세 가지 영양소가 각각 신경 연결(시냅스)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하나를 단독으로 저용량 투여할 때는 자폐 행동이나 뇌신호에 아무 변화가 없다는 사실도 동시에 확인했습니다.
아연, 세린, 분지사슬아미노산 조합
반면, 세 영양소를 함께 섞어 투여하자 생쥐 뇌의 시냅스 단백질 구성이 정상군에 가까워졌고, 자폐 모델에서 흔히 관찰되는 편도체 과활성도 뚜렷하게 감소했습니다. 특히 사회적 상호작용 점수가 유의하게 향상됐는데, 이는 자폐 관련 행동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표로 꼽힙니다.
연구진은 “같은 농도라도 영양소를 단독으로 투여하면 효과가 없고, 반드시 ‘혼합’일 때만 시너지가 나타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개별 영양소 고용량 요법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 전략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수백 개 유전자가 연관된 복합적 신경발달 질환입니다. 때문에 특정 유전자 하나를 겨냥한 맞춤형 치료는 실제 임상 적용에 한계를 갖습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쉬에이핑(Yi-Ping Hsueh) 교수는 “자폐는 매우 다양한 분자 경로가 얽혀 있어 ‘원인 1개-치료 1개’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아연·BCAA·세린을 저용량으로 섞어 투여하는 방식은 장기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황쯔난 박사는 “고용량 영양소 단일 투여는 신경 기능 개선을 보일 수 있지만 부작용 가능성이 커 실용적이지 않다”며 “저용량 조합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자폐증은 모든 연령대에서 진단될 수 있지만, 증상이 일반적으로 생후 2년 이내에 나타나기 때문에 ‘발달 장애’로 분류된다. (이미지=NIH)
“1주일만에 신경회로 안정됐다”
연구팀은 생쥐의 편도체 신경 활동을 칼슘 이미징으로 실시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단 7일간 영양소 조합을 투여한 뒤 신경 회로 연결과 활동 패턴이 ‘즉각적으로’ 정상 패턴에 가까워지는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공동 제1저자인 린밍후이(Ming-Hui Lin) 박사는 “일주일 만에 신경 회로가 눈에 띄게 안정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해 놀랐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빠른 변화는 자폐 관련 신경 회로가 영양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아직 동물실험 단계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곧바로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다양한 자폐 모델에서 동일 패턴의 개선이 확인된 만큼, 다중영양 접근법은 향후 임상연구의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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