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등에 개인 '삼성전자 팔아 엔비디아'로
개인, 올해 삼성전자만 20조원 가까이 매도
미국 기술주 보관금액 246조원 돌파…"해외 쏠림,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
2025-12-08 16:17:38 2025-12-08 16:31:42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코스피가 70% 넘게 급등한 기록적 상승장이 펼쳐진 올해, 개인투자자는 오히려 국내 대표 대형주에서 대거 이탈해 미국 기술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의 삼성전자(005930) 순매도 규모는 17조원을 훌쩍 넘겼고,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246조원을 돌파하며 연초 대비 80조원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해외투자 확대가 달러 수요를 자극해 환율 하단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합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약 15조360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상승장이 가팔라진 하반기에는 18조원 넘는 순매도가 집중되며 지수 상승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모습입니다. 지수가 오를 때마다 개인은 차익실현에 나섰고 대표 업종인 반도체·방산·에너지 대형주 대부분에서 매도 우위가 지속됐습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 순매도가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개인은 올해 삼성전자에서만 약 17조8000억원을 팔았고 삼성전자우(005935)도 2조8000억원 넘게 매도했습니다. 두 종목을 합치면 개인의 삼성전자 관련 매도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합니다. 이어 한국전력(015760)(약 1조700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약 1조원), 삼성전기(009150), 현대모비스(012330), LG화학(051910) 등이 순매도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국내 시장이 70% 넘게 상승하는 동안 개인은 대표 종목에서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며 국내 증시에 대한 노출을 크게 줄였습니다.
 
이탈한 자금은 대부분 미국 기술주로 이동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올해 약 80조6500억원 증가해 246조원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4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종목은 테슬라로, 보관금액이 283억달러(약 39조원)에 달했습니다. 이어 엔비디아(약 17조원), 팔란티어(약 9조원), 알파벳(약 8조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관금액 상위권 대부분이 AI·빅테크 기업으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개인의 해외 자금 이동이 단순한 단기 매매가 아니라 '미국 기술주 중심 자산 축적' 단계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올해 순매수 상위 종목도 알파벳,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AI 대형 기술주가 차지했습니다. 해외투자 규모가 늘어난 시점은 미국 주요 기술 기업의 실적 발표와 상승 랠리 구간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최근 환율 부담으로 미국 주식 '직구'는 일시적으로 둔화했지만 개인은 미국 상장지수추종펀드(ETF)로 우회하며 미국 시장 노출을 유지했습니다. TIGER 미국S&P500·TIGER 나스닥100 등 국내 상장 미국 ETF 매수세가 다시 확대됐고, 특히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국채 ETF'는 이달 초 개인 순매수 2위에 오르며 단기채 중심 안전자산 선호 확대를 보여줬습니다. 초단기 미국 국채는 금리 인하 시 수익률 개선 속도가 빠르고 사실상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돼 미국 기술주로 재진입하기 위한 '대기성 자금'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개인이 국내 대신 미국 기술주로 이동한 배경에는 단순한 투자심리만이 아니라 시장구조의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기술주는 장기간 우상향이 반복돼왔다는 학습 효과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상승과 조정이 반복되는 패턴이 많아 장기 투자 신뢰가 쉽게 축적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기술주가 '높은 성장성 + 달러 자산'이라는 두 가지 투자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도 개인투자자의 선호를 강화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해외투자 확대는 환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기관·연기금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상시적 달러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배경 중 하나가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라고 지적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기술주 수요가 유지되는 한 원·달러 환율 하단도 1370~1380원대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개인의 '국내 비중 축소·미국 기술주 확대' 흐름이 쉽사리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개인의 달러 자산 선호와 미국 기술주 중심 투자 방식이 이미 고착되고 있다"며 "개인 자금이 계속 해외로 이동할 경우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에 따라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사진=챗GPT)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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