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했습니다. 당 안팎에선 내년 6·3 지방선거를 반년가량 앞두고 '명심'(이 대통령 의중)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선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간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하던 각 후보 진영에선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 구청장도 '화답'…후보 중 유일한 '행정가'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소셜미디어(SNS)에 정 구청장의 행정 만족도를 담은 보도를 공유하며 칭찬하는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원오 구청장님이 잘하긴 잘하나 보다"라며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정 구청장도 이 대통령 게시글에 "원조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로부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라며 더욱 정진하겠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번 게시글은 내년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둔 시점에서 게재됐습니다.
정 구청장은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지난 2014년부터 직을 시작한 3선 성동구청장입니다. 그는 구민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직접 민원을 청취하는 등 적극 행정을 펼쳐왔습니다. 현재 서울시장 출마에도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민주당 안팎에선 여권 내 서울시장 후보의 물밑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명심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정 구청장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 가운데 유일한 '행정가'입니다. 후보군 대부분이 국회 경력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 중심인 만큼, 정 구청장이 부상하면 당내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당시)가 2022년 11월30일 오전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에게 자리 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출마로 가닥…야권에선 '선거 개입' 비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만 '최소 7명'입니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박홍근 의원(4선·서울 중랑을)을 비롯해 서영교(4선·서울 중랑갑)·박주민(3선·서울 은평갑)·전현희(3선·서울 중구성동갑)·김영배(재선·서울 성북갑)·홍익표 전 원내대표·박용진 전 의원 등이 거론됩니다.
정 구청장도 서울시장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는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울시장에 출마하느냐'는 질의에 "거의 뭐"라고 답했습니다. '마음을 굳혀가는 중이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이날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을 직접 언급하며 공개 칭찬하자 당내에선 미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민주당 내 서울시장 도전이 유력한 한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공식화하려 했지만 아직까진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시장 후보로 A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면서도 "대통령의 메시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가 계획한 대로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선거에서 불편부당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한 B 의원실 관계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며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야권은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선거 개입으로 규정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권 후보들에게 퇴짜를 놓는 것이냐"며 "사실상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 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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