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난달 D램의 수출 금액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생산능력(캐파)이 집중되면서 D램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메모리 업체들은 캐파를 늘리고 있지만, 업계의 공급 부족(쇼티지)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32기가비트(Gb) 256기가바이트(GB) DDR5 서버용 D램 제품. (사진=SK하이닉스)
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D램 수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6% 상승한 65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1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 뛴 51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올해 1~2월 D램 수량 증가율이 각각 10%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수급 불균형으로 D램 가격이 치솟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D램의 수익성은 HBM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전해집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 후 실적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비 HBM 제품의 마진이 HBM보다 높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이날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65~67%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범용 D램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 때문입니다. HBM은 범용 D램 대비 공정이 복잡하고, D램을 쌓아서 만들다 보니 웨이퍼의 소모량이 범용 D램보다 더 많습니다. 여기에 AI 산업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HBM에 생산 역량이 집중돼 D램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하지만 서버를 증설할 때는 HBM만 아니라 범용 D램도 필요해 서버용 D램의 수요도 치솟는 상태입니다. 이에 서버용 D램의 가격이 크게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D램의 수요가 워낙 강세이다 보니, HBM 못지않게 마진이 뛰고 있는 것”이라며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90~95% 오르고, HBM을 포함한 평균 가격이 80~8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트렌드포스는 “서버용 D램 가격은 사상 최대 분기별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공급업체들은 고객의 실제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전략적 고객 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생산능력을 신중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HBM,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전 제품군에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능력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는 지금의 설비투자가 2027년까지는 의미 있는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메모리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의 호실적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입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마이크론은 2026년 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2월~올해 2월) 매출액이 238억6000만달러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으며, 매출총이익률은 81%를 기록했습니다.
양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약 70조원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각각 36조4769억원, 31조128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5%, 318% 상승한 수치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 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유지 중이고, 고객사들의 수요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사이클이 계속되는 가운데 캐파 믹스에 대한 고민은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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