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가 이어지는 데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올해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계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제품 전환과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수석유화학단지. (사진=뉴시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1조1200억원, 영업손실 18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년 동기 매출 12조1710억원, 영업이익 447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8.6%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한 셈입니다.
롯데케미칼도 1분기 매출 4조9190억원, 영업손실 195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35% 늘겠지만, 10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한화솔루션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65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78.4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가 이어지는 데다, 올해 2월 말 불거진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재료 가격까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산업통상부가 공개한 원자재 가격 정보 기준으로 중동 사태 직전인 지난 2월27일 톤당 640달러였던 나프타 가격은 지난달 25일 1029달러까지 올랐습니다. 현재도 900달러 후반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LG화학은 차세대 고성능 양극재 개발과 친환경 바이오오일(HVO) 등 지속가능성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범용 석유화학 제품인 비스페놀A(BPA) 사업부 재매각을 위한 실사도 진행하며 저수익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과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충남 대산공장은 HD현대케미칼과, 여수공장은 여천NCC와 각각 ‘빅딜’을 추진 중입니다. 비핵심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법인과 수처리 사업부를 매각했으며, 건자재 사업부도 정리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또 2030년까지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스페셜티 전환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석유화학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전력 인프라 소재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고압전선 소재를 담당하는 ‘와이어 앤 케이블(W&C)’ 사업부를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며, 새 먹거리로 꼽히는 전력케이블 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미 늦어진 만큼,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사업 재편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중동 사태로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경기 회복 이후를 기대하며 NCC 구조조정을 미루려는 분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내수 기반은 유지하되 고부가 중심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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