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합수본이 뭉갰다?…문제는 ‘윤영호 말’로 시작된 수사
합수본, '뇌물 수수' 전재수 '공소권 없음' 결론
야당 "'뭉개기 수사'…특검이 '시간 허비'" 주장
윤영호 말 외엔 증거 없어…재판선 진술 '번복'
2026-04-14 18:41:56 2026-04-14 19:08:49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정경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전재수 민주당 의원의 '통일교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 불송치 처분했습니다. 공소시효가 끝났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겁니다. 이에 국민의힘은 '뭉개기 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애초 이번 수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말 한마디로 시작됐습니다. 결국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는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셈입니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재판에서 명확한 증거가 나온 것과 대비됩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19일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합동수사본부에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합수본 등에 따르면, 합수본은 지난 10일 전 의원을 포함한 통일교 뇌물 수수 의혹 관련자 대부분에 대해 공소시효 완성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과 '혐의 없음'으로 판단하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윤 전 본부장이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명품 시계와 금품의 총가액이 30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하지 못해 형법상 뇌물죄(공소시효 7년), 정치자금법위반(7년)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합수본이 뭉개기 수사를 했다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10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 뭉개기라는 거센 비판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재수 의원이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된 직후 합수본이 그에 대해 무혐의로 처분하자 야당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들고일어난 겁니다.  
 
이번 통일교 뇌물 수수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말에서 시작됐습니다. 김건희특검은 지난해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전 의원에게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고가 시계를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특검은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해 12월에야 이 일을 경찰에 넘겼습니다. 특검이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듣고도 여당 의원이 연루된 건이라 판단, 의도적으로 시간을 허비했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입니다.
 
그러나 합수본 수사 결과, 특검이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청취한 시점에 공소시효는 이미 완성됐습니다. 합수본은 통일교가 전 의원에게 명품 시계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점을 '2018년 8월21일'로 특정했습니다. 특검에 따르면 해당 진술을 한 일시는 지난해 8월22일입니다. 당시 윤 전 본부장은 지난해 7월30일 구속된 이후 20여일 이후인 8월22일 특검에 출석해 조사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지난 10일 공식 입장을 통해 "특검에서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최초 확보한 시점에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형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이미 완성된 것"이라며 "마치 특검이 사건을 방치해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지적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 뭉개기 수사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습니다.
 
공소시효 외에도 합수본은 전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직접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합수본은 통일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통일교 측이 785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구입하고, 이것이 전 의원의 지인에게 전달된 정황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금품이 전 의원에게까지 갔다는 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전 의원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도 금품의 실물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윤 전 본부장이 전달했다는 현금 2000만원에 대한 것도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로, 금액조차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합수본 관계자는 "저희는 필요한 사항에 대해 원칙대로 수사를 다 했다"며 "저희가 필요한 조사를 안 하거나 그런 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아 재판에 넘겨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사건과도 비교됩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통일교로부터 1억원 금품 수수 의혹을 받은) 권 의원은 야당이니까 유죄, 전재수는 여당이니까 무죄냐"고 따졌지만, 권 의원 사건은 재판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들이 제시됐습니다. 권 의원의 1심 판결문을 보면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의 금품 전달 정황을 기록한 다이어리 메모와 권 의원에게 '오늘 드린 것은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주시면 좋겠다'라고 보낸 카카오톡 대화, 권 의원에게 전달한 현금을 찍은 사진 등 증거가 제시됐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 감찰관 출신 류혁 변호사는 "같은 사람의 진술이라고 하더라도, 진술 전체를 배척한 게 아니다. 다만 총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한다는 점에 대한 확신을 (합수본이) 가질 수가 없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한 사람은 인정하고, 또 다른 사람은 배척했다는 주장은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일한 증거인 윤 전 본부장의 증언도 번복이 반복됐습니다. 당초 윤 전 본부장은 지난해 12월5일 자신의 재판에서 '통일교가 국민의힘과 민주당 측 정치인도 지원했고, 이 사실을 특검팀에 말했으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 의혹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이 흐른 12일 권 의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윤 전 본부장은 다시 금품 제공을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가, 합수본 조사에선 '금품 내용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진술로 말을 바꿨습니다.
 
국민의힘 측은 전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 후보로 확정된 9일 다음날에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의도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수본 측은 오히려 선거를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시기에 발표했다는 입장입니다. 합수본 관계자는 "사실 지지난주에 (발표를) 했어도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선거를 고려했다면 오히려 (후보 확정) 다음날 발표를 안 하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