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미 관계의 '악재'가 군사·안보를 넘어 외교·통상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쿠팡 사태는 한·미 간 '주권 문제'로 번졌습니다.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은 군사·안보 영역의 잡음을 유발, 갈등이 현재진행형입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네트워크 사용료(망 사용료)까지 콕 집어 불만을 제기하면서, 자칫 '무역법 301조' 발동을 통한 '추가 관세'까지 우려되는 실정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 로비, 핵추진잠수함까지 '위협'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최근 악화일로의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JD 밴스 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직접 쿠팡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쿠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되레 미 의회와 미 행정부에 대한 전방위 로비를 펼친 바 있습니다. 미국 의회 공시에 따르면 쿠팡Inc의 로비 자금이 부통령실에도 향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쿠팡의 로비는 결국 한·미 동맹의 신뢰 관계까지 위협하고 있는데요.
그러자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미 연방 하원 공화당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이 주미대사 앞으로 쿠팡을 콕 집어 '차별적 규제 중단' 서한을 보냈습니다.
결국 쿠팡의 로비는 한·미 사이의 외교·통상은 물론 군사·안보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 행정부가 최근 김 의장의 법적 안정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설명자료)를 통해 합의된 안보사항 합의를 지연시키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여기서 양국 간 합의된 안보사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룬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등입니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쿠팡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쿠팡 문제는 한국의 주권 문제까지 건드리는 모양새인데요. 청와대의 상황 인식도 통상적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상식과 원칙에 따라 당면한 현안을 풀겠다"며 "주권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로 우방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는 외교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다시 '관세'…7월 '데드라인'
한·미 간 리스크는 쿠팡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은 출처의 문제를 넘어 안보 협의의 균열을 야기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3월 초부터 한·미 사이 '이상 기류'가 발생했고, 4월 초부터 미국은 한 달째 일부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에 우리 정부가 응하지 않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비관세 장벽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8일(현지시간) 60개 경제주체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 공청회를 열고 이른바 '강제노동'에 의한 생산 제품 수입 금지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2일 생산 과정에 강제노동이 포함된 제품의 수입을 효과적으로 금지하고 있는지와 관련해 무역법 301조 조사에 나서겠다며 한국과 일본·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까지 주요 무역 파트너를 조사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이후 USTR이 이달 1일 발표한 '2026년 무역장벽보고서(NTE)'에는 한국의 비관세장벽이 대거 열거됐습니다. 여기에는 강제노동 관련 항목을 비관세장벽으로 새롭게 추가했으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새로운 노동환경의 변화로 명시했습니다. 또 디지털·첨단 분야 비관세장벽은 플랫폼 규제와 관련한 기존의 조사를 넘어 인공지능(AI)·데이터·클라우드 등으로 확대했습니다.
지난 27일에는 망 사용료 정책을 콕 집어 또다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USTR은 X(엑스·옛 트위터)에 "세계 어떤 나라도 자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에 인터넷 트래픽 전송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한국만 제외하고"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법 301조 조사는 '위법' 판단으로 동력을 상실한 상호관세의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사실상의 관세 인상 카드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이르면 7월 초까지 기존 수준의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301조 조사 만료의 목표인 7월 말이, 쿠팡 사태 등 현재의 한·미 관계에 더해진 '데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편 우리 정부는 "한·미는 양국 안보실을 포함한 다양한 채널로 각급에서 제반 현안에 대해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히며 위기관리에 돌입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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