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뒤에 숨은 김범석, 동일인 지정에 '페이·파이낸셜' 직격탄
2026-04-30 16:02:45 2026-04-30 16:02:45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김범석 쿠팡 의장이 동일인(청수)으로 지정되면서 쿠팡 뿐만 아니라 금융 계열사 쿠팡페이와 쿠팡파이낸셜에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위에 따른 각종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익편취와 내부거래, 특수관계인 거래, 대주주 지분 제한 등 각종 규제 리스크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입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규모내부거래 의결,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및 기업집단 현황, 공익법인 의사회 의결 등의 공시 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 받습니다.
 
공정위, 5년 만에 쿠팡 동일인 변경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법인으로 지정된 동일인을 미국 상장사 쿠팡Inc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쿠팡의 동일인 변경은 지난 2021년 5월1일 처음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로 5년 만입니다.
 
쿠팡은 개정(2024년 5월)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에 따라 법인 동일인 예외요건을 모두 충족해 그간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 제4항에 따르면 자연인 전환 시에도 국내 계열사 범위 변동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동일인 인정 법인 출자를 제외하면 자연인·친족(혈족 4촌, 인척 3촌 이내)의 계열사 출자·자금대차·채무보증과 친족의 경영 참여, 사익편취 우려가 모두 없어야 합니다.
 
공정위는 올해 쿠팡의 동일인 지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현장점검에서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를 포착, 시행령 예외요건에 불충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 제5항에 따르면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경우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변경해 지정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 점검 결과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쿠팡 내 등급상 거의 최상위 등급에 해당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하고, 연간 보수도 동일 직급의 등기임원 평균에 이르며 비서가 배정되는 등 등기임원에 준하는 수준의 대우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진행된 국회 청문회에서 4년간 보수와 인센티브 등으로 140억원 가량 수령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또한 김 부사장이 물류·배송 정책 관련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재하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의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고 물량 확대, 배송 정책 변경 등 개선안을 논의했으며, 주요 사업의 구체적 업무 집행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영업정지' 고심 공정위, ISDS 협상 불발되자 동일인 변경
 
국내에선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범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조사와 수사를 추진했지만, 공정위는 지난달 쿠팡 본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거나 제3자 등에 유출된 경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연초만 하더라도 영업정지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과는 괴리가 있는 판단입니다.
 
그 사이 쿠팡 미국법인의 현지 투자사들과 한국 정부 간 국제투자분쟁(ISDS) 사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국내 부처들도 눈칫밥을 먹었습니다.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 미국 투자사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지난 1월22일 한국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고, 90일(냉각기간) 동안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지난 22일 협의기간이 종료됐습니다. ISDS 절차에서 중재의향서는 청구인이 분쟁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통지하는 문서입니다.
 
하지만 협상이 불발되자마자 공정위의 쿠팡 동일인 변경이 이뤄졌습니다. 앞으로 쿠팡은 국제기관에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는데요. 먼저 동일인 지정에 대해 향후 행정소송으로 대응하겠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페이·파이낸셜, 부당지원 및 내부거래 감시망 늘어
 
금감원이 1분기 검사 후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검토 중인 가운데, 동일인 변경에 따른 새로운 규제 잣대가 예상됩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부터 6주간 현장 점검을 실시한 뒤 지난 1월12일부터 정식 검사로 전환했습니다. 지난달 말 검사는 종료됐지만 제재 여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쿠팡페이는 원 아이디·원 클릭 구조에 따른 결제정보 유출 과정과 정보 송·수신 과정에서의 신용정보법·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여부를 집중 점검받았습니다. 쿠팡파이낸셜은 최대 20% 고금리 논란이 있었던 ‘판매자 성장 대출’의 강제성 여부를 들여다봤습니다.
 
동일인 변경으로 쿠팡파이낸셜이 소비자·판매자 데이터를 독점 활용해 대출 심사에 썼다면 '무형자산 지원'이나 '공정경쟁 저해'로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쇼핑·결제·대출로 이어진 폐쇄형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부당지원이나 일감 몰아주기 여부도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전망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역시 판단 범위에 따라 총수의 관리 책임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김 의장 친족(김 부사장)의 경영 관여가 인정된 만큼, 금융계열사 보안사고나 불공정 행위 책임이 친족일가로 향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결국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과 기업집단 시책의 최종 책임자가 같아지기 때문에 결국 쿠팡 입장에서는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금융계열사로서 받는 규제와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해당돼 받는 규제가 다르긴 하나 동일하게 모두 적용 받는다"면서 "개인정보 유출 건도 동일인 지정으로 인해 정부와 규제당국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보니까 사건 해결이나 강도 높은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최장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쿠팡 사옥의 간판. (사진=뉴시스,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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