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상대방을 미행하고 몰래 촬영까지 했지만 '스토킹범죄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미행과 촬영 사이에 2개월 정도 시간적 간격이 있었고, 각 행위가 10분 이하여서 스토킹범죄 구성요건인 지속성·반복성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스토킹범죄의 지속성·반복성을 폭넓게 해석하고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심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모욕·폭력행위처벌법 등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2024년 3월31일 운전 중인 B씨 차량을 발견하고 약 3㎞ 거리를 10분여간 따라다녔습니다. A씨는 2개월여 뒤인 6월11일엔 차를 타고 가던 중 B씨를 발견하자 불법 유턴까지 해가며 B씨를 추격했고, 그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약 6분간 촬영한 혐의를 받습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 행위가 지속 또는 반복돼야 합니다. 특히 지속성·반복성은 일반범죄와 달라 스토킹범죄의 핵심 구성요건입니다.
결국 창원지법은 A씨의 행위가 B씨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고,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지속 또는 반복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여러 번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먼저 스토킹범죄의 지속성·반복성 기준을 설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스토킹범죄에서) '지속적'이란, 특정한 행위가 1회만 이뤄진 경우에도 상당한 시간 동안 계속돼 그 자체로 상대방의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어 "'반복적'이란, 특정한 행위가 2회 이상 이뤄진 경우로 각 행위 상호 간에 시간적 근접성과 장소적 연관성,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 등이 인정되는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전체적으로 상대방의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특정한 행위가 그와 같이 평가될 수 없는 짧은 시간의 단속적인 행위에 그치거나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여러 번 이뤄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각 행위의 구체적 내용 및 정도에 따라 별개의 범죄로 처벌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런 법리를 토대로 A씨의 행위가 스토킹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겁니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스토킹처벌법이 정한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첫 번째 행위는 약 10분, 두 번째 행위는 약 6분간 계속된 행위에 불과해 상당한 시간 동안 계속돼 그 자체로 상대방의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A의 행위에 관해 지속성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반복성 증명 부분에 관해서도 "A씨의 첫 번째 행위와 두 번째 행위 사이에 약 2개월 이상의 시간적 간격이 있다"며 "행위의 내용과 경과에 비춰 보더라도 모두 A씨가 우연히 피해자를 발견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은 아울러 "위 행위 상호 간 시간적 근접성과 장소적 연관성,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 등을 고려할 때, 위 행위가 밀접한 관계에 있어 A씨의 행위가 스토킹 행위를 반복적으로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2개월 반가량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2회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스토킹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지속성·반복성을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스토킹범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켰는지를 중점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기다리기'나 '선물하기' 등 상대방의 법익을 직접 침해하지 않거나 불법적 요소가 없는 행위도 스토킹범죄로 처벌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A씨 행위는 B씨를 따라다니다가 촬영으로까지 발전했다"며 "스토킹범죄는 점차 적극적 행위로 발전해 중대 범죄에 이르는 특성이 있다. 법원이 반복성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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