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쿠팡, 네이버에 이어 CJ올리브영, 아성다이소(다이소), 무신사, 롯데하이마트 등 온·오프라인 주요 유통·버티컬(거대) 플랫폼을 겨냥해 현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공정위의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대한 전방위 점검이 본격화하는 모습인데요.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구조적 갑질'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규제 움직임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전망입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현장 조사를 마쳤습니다. 공정위는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주요 유통기업에 조사관을 파견해 납품업체와의 거래 관련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거대 플랫폼 업체를 정조준하며 이들이 납품업체에 부당한 행위를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쿠팡 등 이커머스는 코로나 이후 급성장했고, 무신사·올리브영·롯데하이마트 등 특정 업종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도 커졌습니다. 정부가 개입해 유통 생태계에 직접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됩니다. 공정위의 조사 범위는 △판촉비(광고비) 전가 △경영정보 요구 △거래 강요 △수수료율 문제 △대금 지급 지연 △불공정거래 관행 △PB상품 끼워팔기 △부당 반품 및 계약서 지연 교부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이 각 분야에서 압도적 1위라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백화점·마트보다 무신사·올리브영 등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 강자인 플랫폼의 '갑질'을 한꺼번에 묶어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특정 사안이라기보다 대규모유통업법 전반에 대한 점검 차원으로 알고 있다"며 "납품업체와 유통업체 간 거래 전반을 들여다보는 조사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공정위가 여러 회사를 동일한 유형,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로 보고 들여다보는 흐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4월에만 6개 업체 조사…칼 빼든 정부
올리브영은 2023년 납품업체 대상 갑질 혐의로 이미 공정위로부터 약 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아울러 올리브영은 경쟁사 판촉 행사 참여 방해, 납품업체 대상 독점 계약 강요 등 불공정거래 의혹 등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무신사는 입점 업체에 수수료를 받는 중개 판매와 직접 물건을 사들인 뒤 판매하는 직매입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공정위는 직매입 거래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펼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4년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신사에 입점한 업체 중 약 50%가 무신사를 통한 매출 비중이 전체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무신사의 최저판매수수료율은 3.5%로 경쟁사 대비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이소는 직매입 거래 과정에서 법정 기한에 근접해 대금을 지급해 왔습니다. 매입한 뒤 평균 59.1일에 대금을 지급한 건데요. 이는 법정 기한인 60일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현재 공정위는 직매입 대금 지급 기한을 30일로 단축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앞으로 다이소의 대금 지급 상황이 향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정위가 유통업계 전반의 대금 지급 기간을 분석하며 비교한 적은 있지만, 해당 이슈로 이번 조사가 이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과징금 가중 상한도 늘어납니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에 위반 행위의 기간 및 횟수에 따른 과징금 가중 상한을 현행 50%에서 100%로 상향하는 내용의 입법 예고를 고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쿠팡이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쿠팡은 최근 동일인이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되면서 각종 규제 적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도 최혜 대우 강요와 무료 배달 표시 광고 위반 등으로 공정위의 집중 조사를 받았습니다.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심사보고서를 각사에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 네이버, 컬리 등 7개사 오픈 마켓에 불공정약관 시정 명령도 내렸습니다. 이 중 쿠팡은 지난 2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2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공정하게 시장을 점검하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인 만큼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이들 업체를 비롯해 4월에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는 알려진 곳만 6개에 달합니다.
이 밖에 K-푸드 강자로 분류되는 오리온, K-뷰티 분야에선 한국콜마 등이 대기업 집단으로 새롭게 지정됐습니다. 현재 정부가 직접 규제에 개입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각 기업은 물론 유통업계 전반에도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는 거대 유통업체 대상 조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일절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특정 사안이나 기업에 대한 조사 여부와 내용은 확인해 주지 않는다"며 "언론에서 올리브영의 수수료나 다이소의 대금 지급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해당 사안이 실제 조사 대상인지 여부 역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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