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9년"…거래소 노조·경실련, 감사 청구
금감원 부원장보, 4번연속 파생본부장 보직 독점
거래소, 공직유관단체 지정됐지만 취업심사 빠져
감사원에 인사개입 의혹 조사·사각지대 해소 촉구
2026-05-21 16:05:38 2026-05-21 16:33:49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 인사가 4번 연속 한국거래소 핵심 보직을 차지해 온 관행에 시민단체와 거래소 노동조합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들은 9년간 반복된 낙하산 인사가 제도적 사각지대를 틈탄 구조적 관행이라며 인사 개입 의혹 조사와 사각지대 해소를 촉구했습니다.
 
21일 거래소 노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부산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 한구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선임에 대한 공익감사를 공식 청구했습니다. 이들은 "반복되는 관행은 제도의 실패"라며 "감독기관 출신 인사의 피감독기관 낙하산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거래소가 공직유관단체임에도 취업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법적 심사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문제 삼았습니다.
 
이번 감사 청구는 지난 13일 한국거래소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파생상품시장본부장으로 선임(<뉴스토마토> 4월22일 보도,(단독)한국거래소 파생본부장에 한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 내정)된 데 따른 것입니다. 2016년 이후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 인사가 이 자리를 맡아왔으며, 올해 한구 본부장 선임까지 포함하면 10년간 총 4명이 연속으로 자리를 이어왔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산경실련은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자리가 감독기관 출신 인사의 지정석처럼 운영돼 왔다는 것은 금감원의 영향력이 구조적으로 작용하는 인사 관행이 고착됐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관피아 문제가 심각하다며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도 했습니다. 경실련이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감원 등 경제 관련 8개 부처 퇴직공직자 재취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취업 심사 대상 519건 중 489건이 취업 가능 또는 취업 승인을 받아 평균 승인율이 94.2%에 달했습니다. 퇴직공직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심사를 통과한 셈입니다. 금감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49건의 취업 심사 대상 중 134건이 승인돼 승인율이 89.9%였습니다.
 
심사를 통과했다고 해서 기준이 엄정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시각입니다. 취업 승인을 받은 109건 가운데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라는 사유가 91회 사용됐습니다.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취업이 승인되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전문성은 필요하지만 전관예우의 포장지가 돼서는 안 되며, 감독기관에서 쌓은 경력이 피감독기관으로 가는 통행증이 돼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거래소가 취업 심사 대상 기관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거래소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주식회사이자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있지만,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심사 대상 기관에서는 제외돼 있습니다. 인사혁신처가 거래소가 '안전 감독·인허가 규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금감원 부원장보가 거래소 등기이사직에 취업하더라도 이해충돌 여부를 심사할 법적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비슷한 성격의 한국벤처캐피탈협회·농협중앙회 등은 취업 심사 대상 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노조 측은 "공공성을 이유로 공직유관단체로 묶어놓고 정작 낙하산 인사는 심사하지 않는 구조, 공직윤리제도의 빈틈이 낙하산의 활주로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들 단체는 감사원에 금감원의 인사 개입 의혹 전면 조사와 거래소의 취업심사 사각지대 해소를 요구하는 한편, 감독·피감독 기관 간 이해충돌 방지 장치 법제화도 촉구했습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퇴직 공직자가 재취업한 뒤 다시 고위 공직자로 '재재취업'하는 등 관피아 현상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며 "재취업 심사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 한구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선임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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