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된 전세대란…집값 자극 우려
전세수급지수·소비심리지수 2021년 이후 최고 수준
2026-05-21 15:51:32 2026-05-21 16:10:24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전세 매물 감소와 수급 불균형 심화로 각종 지표가 2021년 ‘전세대란’ 수준에 근접한 가운데 전셋값 상승세가 매매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공급 확대 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당분간 전세가격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21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4월 서울 주택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9.4를 기록했습니다. 전월(115.2)보다 4.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21년 9월(121.4) 이후 4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소비심리지수는 100을 넘으면 향후 가격 상승이나 거래 증가를 예상하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서울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지난해 8월 107.8에서 9월 112.0, 10월 115.8까지 상승한 뒤 11월 115.4, 12월 113.7로 다소 주춤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1월 116.0, 2월 114.4, 3월 115.2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는 119.4까지 치솟았습니다.
 
공공·민간 지표 모두 공급 부족 신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5월 둘째 주 기준 113.7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1년 3월 둘째 주(116.8)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KB부동산의 서울 전세수급지수도 182.7까지 상승하며 2021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웃돌수록 공급 부족 인식이 강하다는 의미입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전세 없다”…서울 곳곳서 국평 전셋값 급등
 
시장에서는 이미 전세 품귀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지난 4월 8285건으로 2017년 11월 이후 8년5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감소했습니다. 임대차2법 시행 직후였던 2020년 하반기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전세 매물 감소 속도도 가파릅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초 2만2000건대에서 최근 1만7000건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주요 단지 전셋값 상승세도 뚜렷합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올해 1월만 해도 9억원 안팎에서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현재 호가는 11억~12억원 선까지 올라섰습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7일 5억9000만원에 신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해 말만 해도 3억~4억원대에 거래되던 단지로 불과 5개월 만에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셈입니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미아’ 전용 84㎡ 역시 지난달 18일 8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지난달 초 7억원대 초중반에 거래되던 물건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억원 이상 올랐습니다.
 
전세가격 상승세는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1% 상승하며 3주 연속 상승폭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성북·서대문·강북·관악 등 중저가 지역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서울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0.29% 올라 3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습니다. 
 
치솟는 전셋값에 매매 전환 압력…매맷값 동반 강세 우려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화,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며 전세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전세가격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지역 집값 상승세를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게시된 매물 안내문. (사진=뉴시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일부 지역에서도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전세가격 상승 부담으로 자가 매수에 나서는 실수요자 움직임이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서울 매물이 감소하고 신규 분양가도 계속 오르는 만큼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호가 상승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매매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그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전세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15억원 이하 대출 가능 지역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는 가격 급등보다는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하는 흐름 속에서 거래량 감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 물량을 통해 빠른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실거주 의무 강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등이 복합적으로 전세 공급을 줄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위축된 데다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과 매물 회수까지 겹치며 공급 감소가 심화했다는 것입니다. 당분간 전세 수급 불안을 해소할 뚜렷한 공급 요인이 부족한 만큼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세난이 장기화될 경우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이 빨라지면서 결국 서울 집값 상승 압력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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